
현장의 관람객은 “아이보가 물건을 옮기거나 지시를 수행하는 등의 역할은 하지 못하지만 원래 애완동물이 다 그렇지 않느냐”며 웃었다.
산업 분야에서 확산된 로봇이 개인의 삶으로 들어오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개인용 서비스 로봇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의료, 가사, 교육 등 분야에서 특정 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넘어 아이보처럼 인간과 교감하는 데 초점을 둔 로봇까지 소개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티카’는 인간과 교감하는 소셜 로봇을 비롯한 세계 개인 서비스용 로봇 시장은 2013년 18억4200만 달러(약 2조1500억 원)에서 연평균 20%씩 성장해 올해는 45억7000만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개인 서비스용 로봇 시장 성장 속도도 무섭다. 국내 시장은 2013년 2680억 원에서 연평균 15.4%씩 성장해 올해 5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장에 있던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아이보는 음성으로 사람을 식별할 수 있어서 자신과 많이 놀아준 사람의 목소리를 더 잘 알아듣는다. 주인을 알아보는 애견과 비슷한 것”이라며 “일본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했는데 바로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아이보처럼 애완동물의 행동 특성이나 반응을 그대로 따라해 실제 반려동물과 같은 느낌을 주는 로봇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영국의 로봇 시스템 스타트업인 ‘콘스퀀셜 로보틱스(Consequential Robotics)’와 영국 셰필드대가 함께 선보인 ‘미로(MiRo)’도 반려봇 중 하나다. 미로 역시 눈을 깜빡이거나 꼬리를 흔드는 등 강아지의 행동을 그대로 모사한다. 주인과의 교감도 가능하다. 미로의 눈, 코, 귀 등에 탑재된 센서를 기반으로 목소리를 인식하고 움직임을 탐지할 수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노인에게 유용한 로봇들도 등장하고 있다. ‘간호로봇’의 포문을 연 것은 일본이다. 일본의 국립연구개발법인 산업기술종합연구소 ‘AIST’는 2003년 150만 달러(약 16억7000만 원)를 투자해 노인의 심리치료를 목적으로 ‘파로(Paro)’를 개발 및 출시했다. 파로는 하얀 털로 뒤덮여 한층 더 실제 동물과 비슷한 외형을 갖췄다. 피부에 접촉 센서가 탑재돼 손으로 만지면 반응을 할 수 있고, 소리를 내는 등 감정도 표현한다. 42만 엔(약 440만 원)에 달하는 고가였지만 일본에서만 2000여 개, 해외에서 4000여 개가 판매됐다.
인간과 소통하는 소셜 로봇은 앞으로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에 따르면 소셜 로봇 관련 출원이 2013년 이후 매년 20%씩 성장하고 있다. 단순 반복 기능을 수행하는 기구 및 제어기술 관련 출원은 급감하고 있는 반면에 아이보나 미로처럼 사람의 감정을 읽고 소통할 수 있는 로봇 관련 출원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인식하고 대화를 수행하는 데이터 인식 및 처리 기술 비율은 2013년 32%에서 49%로 늘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