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행보조 기술도 한층 진화했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을 작동시켰다. 운전대에서 손을 뗀 상태에서 넥쏘는 차선 중앙에 안정적으로 위치했고 곡선 도로도 부드럽게 빠져나갔다. 스스로 움직이는 운전대의 움직임도 눈으로 보기에 매끄러웠다. 시속 110km 이상의 고속으로 속도를 설정해도 주행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HDA 자체는 제네시스 G80 등 현대차의 다른 차에도 적용된 기술이다. 하지만 넥쏘에서 성능이 한층 향상된 듯했다. 현재 양산 차들에 탑재된 주행보조시스템은 운전자의 안정적 주행을 돕기 위한 기술이다. 하지만 기술에 대한 신뢰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 오히려 불안감을 주는 역설도 있다. 넥쏘에 들어간 HDA라면 불안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넥쏘 내부에 들어간 기능 중에는 방향지시등을 켰을 때 운전대 앞 화면에 옆 차선 모습이 나타나는 게 눈에 띄었다. 운전 중에 사이드 미러를 볼 필요가 없어지므로 보다 안정적으로 차를 몰 수 있게 한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사이드 미러를 보던 습관 때문에 시승 당일에는 별로 활용하지 못했지만 습관만 되면 꽤 유용할 듯하다.
넥쏘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요소가 없는 건 아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나누는 가운데 있는 브리지 타입의 대형 콘솔이 그것이다. 운전자의 팔 높이까지 올라와 있는 콘솔에는 많은 버튼이 달려 있다. 냉난방 조절과 주차 보조시스템 등 버튼이 작동시키는 기능을 보면 불필요한 기능은 없다. 하지만 이 버튼들을 성인 팔뚝 두 개를 합친 것보다 큰 공간을 할애해서 배치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형 콘솔 때문에 조수석에 앉으면 운전석과 완전 분리된 느낌이다. 시승에 동승했던 사람은 “아늑한 느낌을 준다”고 표현했다. 넥쏘의 대형 콘솔을 두고 일부에서는 미래 자동차 느낌을 준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대형 콘솔 정도를 제외하면 넥쏘의 상품성은 꽤 훌륭하다.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도 609km로 현존하는 수소차 중에서 최고다. 앞면 디자인은 기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비교해 한층 날렵해진 분위기를 풍긴다. 뒷면은 기아자동차 스포티지 등을 연상시키는데 개인마다 받는 느낌은 다를 것 같다. 현대차는 1세대 수소차를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을 기반으로 만든 데 이어 수소차 전용으로 내놓은 2세대 모델 넥쏘도 SUV 타입으로 만들었다. 현대차는 SUV 라인업 확대와 전기차 개발 모두 경쟁 업체들에 비해 한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가지 우려를 한 번에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현대차는 상품성을 갖춘 SUV 친환경차를 내놓고 있고 넥쏘도 그중 하나다.
짧은 시승을 마치고 나니 넥쏘를 또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라도 편하게 넥쏘를 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턱없이 부족한 수소충전소 등 미비한 인프라가 걸린다. 넥쏘의 상품성이 인프라 구축을 야기하고 확대된 인프라가 다시 수소차 대중화를 견인하는 선순환을 볼 수 있을까. 기대는 되지만 여전히 물음표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