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는 그동안 조직 내에 흩어져 있던 고성능차 상품 기획 및 영업, 마케팅 업무를 한곳에 모은 ‘고성능사업부’를 이달 출범시킨다고 1일 밝혔다. 사업부 담당 부사장에는 BMW 고성능 브랜드인 ‘M’ 시리즈 북남미사업 총괄 임원인 토마스 쉬미에라(56·사진)를 영입했다.
독일 국적의 쉬미에라 부사장은 1987년 BMW에 입사했다. 1999년 BMW M 브랜드 독일시장 영업과 마케팅 담당 임원이 되면서 고성능차 업계에 발을 내디뎠다. 2005년엔 중국 BMW 영업을 총괄하면서 중국 BMW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에는 BMW 본사 영업과 마케팅 총괄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6년 동안 매출과 수익을 늘리면서 BMW 1시리즈 M쿠페 상품기획까지 주도했다.
현대차는 쉬미에라 부사장 영입으로 현대차 최초의 N 모델인 ‘i30 N’과 올해 출시 예정인 ‘벨로스터 N’을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 모델이 세계 고성능차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것도 쉬미에라 부사장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쉬미에라 부사장은 “현대차가 개발한 i30 N과 경주용차 기술력은 이제 막 고성능차 사업을 시작한 회사에서 만든 차라고 하기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며 “현대차 고성능차 사업의 성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 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그동안 고성능차와 슈퍼카 개발을 위해 외국인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해왔다. 현대차의 주요 외국인 임원도 대부분 고성능차와 슈퍼카 업계 출신이다. 현대차는 2015년 BMW 고성능 브랜드인 ‘M’ 시리즈 연구소장이자 BMW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 부사장을 영입했다. 올해 1월 내부 인사 때는 비어만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디자인센터장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와 벤틀리에서 디자인 책임자를 지냈다.
현대차가 고성능 차와 슈퍼카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브랜드 영향력을 확장하고 현대차 기술력에 대한 평판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2020년쯤엔 현대차의 첫 슈퍼카가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어만 사장은 201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모터쇼 현장에서 “현대차의 이름을 단 슈퍼카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슈퍼카 사랑도 남다르다. 정 부회장은 2018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포르쉐 911을 가장 좋아한다”며 “배울 것이 많은 차”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