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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별 협상하자” 임협 직접 컨트롤하겠다는 금속노조

변종국 기자
입력 2018-07-05 03:00:00 업데이트 2023-05-09 21:58:42
전국금속노동조합이 밀어붙이고 있는 ‘노사공동위원회’가 올해 현대자동차 임금협상과 맞물려 자동차, 중공업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정치력이 강한 금속노조가 각사 노조를 대신해 사측과 임금협상을 일괄 타결하겠다는 것으로, 기업들은 금속노조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사측에 “‘산업별(산별)임금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금속산업 노사공동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산업별임금체계는 올해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 중 하나다. 김호규 금속노조위원장은 “금속노조는 올해 모든 교섭에서 노사공동위를 요구해 10월까지 노사공동위를 발족할 것이다. 회사가 이를 거부하면 교섭을 타결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 사측은 노사공동위 구성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산업별임금체계를 통해 정해진 일률적 임금은 현대차의 재정 상태에 맞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대차 측은 “노사공동위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논의 대상이 아니다”며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산업별임금체계에 부정적이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도 산업별노조에서 ‘임금인상률을 몇 % 요구하라’는 가이드라인을 기업별 노조에 주면서 후방 지원하고 있다. 노사공동위를 구성해 산업별노조가 공식 테이블에 앉으면 개별 기업에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노조 전문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상위노조가 점차 힘을 얻으면서 정치세력화돼 가고 있다. 상위노조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순간 개별 기업 수준이 아니라 전체 산업계가 휘청거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와 달리 한국GM은 노사공동위 구성을 협의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입수한 한국GM 노사 협약서에 따르면 “경쟁업체들의 노사 간 진행 상황, 회사의 임금 정책 등을 고려해 산별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금속산업 노사 공동위원회 구성에 대해 성실하게 협의한다”고 했다. 한국GM 측은 “경영정상화를 위한 임단협 타결이 급한 상황에서 노사공동위 문제 때문에 임단협을 망칠 수는 없었다”며 “노사공동위 구성에 대해 성실하게 논의해 보자는 선에서 합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노조가 한국GM 사례로 압박해올 것이 분명한데, 노사공동위를 합의해주지 않으면 마치 노동운동을 억압하는 회사처럼 비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산업별(산별)임금체계 ::

산업별로 동일 노동을 하면 동일한 임금을 받는 임금 체계. 산업별 상위 노조가 각 사용자 측과 임금 수준, 임금 형태를 협의해 적용. 노동계가 도입 주장.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