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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 1200원대… 11년만에 최저 수준

세종=최혜령 기자
입력 2020-04-27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6:43:38
국내 휘발유 가격이 13주째 하락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L당 12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L당 1100원대인 주유소도 전국 각지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큰 폭으로 하락한 결과다.

26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4월 넷째 주 전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L당 1301.8원으로 셋째 주보다 29.0원 하락했다. 경유 판매가격은 셋째 주보다 26.9원 내린 L당 1112.0원이었다. 일일 기준으로는 22일 전국 휘발유 가격이 1296.7원으로 집계되는 등 이미 1200원대로 하락했다. 휘발유 가격이 1200원대로 내려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 이후 11년 4개월 만이다.

휘발유 가격이 1100원대인 주유소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피넷 기준으로 경기 시흥시의 한 주유소에서는 휘발유를 L당 1119원에 판매하고 있고, 서울(1184원), 부산(1145원) 등에도 1100원대 주유소가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기름값이 계속 하락하며 가계 부담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국제유가의 하락폭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두세 달 동안 ‘3분의 1토막’이 났는데 휘발유 가격은 고작 20∼30% 하락에 그쳤다는 것이다. 국내 휘발유 평균가격은 올해 2월 1545.3원이었다가 4월 넷째 주 1301.8원으로 L당 약 250원 내렸다. 그러나 해외에서 거래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가 최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37.63달러)까지 내려가는 등 대폭락을 거듭한 것에 비하면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차이는 원유의 유종 차이 및 휘발유 가격 구조의 특수성 등에 기인한다. 우선 국내 휘발유값은 WTI가 아닌 중동산 두바이유의 가격에 따라 움직인다. 선물(先物) 거래 위주인 WTI가 최근 월물이 바뀐 충격으로 마이너스 가격까지 추락한 데 반해, 현물 거래를 하는 두바이유는 최근에도 배럴당 10∼20달러 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다른 유종에 비해 가격이 비교적 크게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또 통상 2, 3주가량 걸리는 원유 운송시간과 1, 2주가량 걸리는 주유소 재고 소진 시간을 감안하면 원유가격 하락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약 4, 5주가 걸린다. 현재 소비자들이 사는 휘발유 가격은 지금보다 국제유가가 높았던 3월 말의 가격인 셈이다.

휘발유 가격에 막대한 세금(L당 860원가량)이 붙는 것도 기름값을 지탱하고 있다. 휘발유에는 L당 529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와 138원인 주행세, 79원인 교육세가 각각 붙고 여기에 부가가치세까지 추가로 부과된다. 휘발유 가격이 아무리 낮아져도 이 가격 이하로 내려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정유사가 국제 시세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아 정제 마진을 과도하게 가져간다는 지적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나오고 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