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26일 발표한 상반기 국내 전기차(순수전기차·EV 및 수소전기차) 판매 실적에 따르면 테슬라는 7080대로 집계됐다. 전체 판매 대수(1만6359대)의 43.3%에 이른다. 417대를 팔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산 완성차 회사들을 모두 제치고 국내 전기승용차 시장 1위에 올랐다. 반면 국산 완성차 회사들은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 수준인 7186대에 그쳤고, 한국GM도 역성장하면서 국산 전기차 판매는 43.1% 줄어든 8928대에 그쳤다.
‘테슬라 효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23% 증가한 2만2267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산 전기차 판매는 1만4421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14% 줄었고 국산 점유율도 92.7%에서 64.5%로 쪼그라들었다.
테슬라의 급성장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가 모델S와 모델X에 이어 모델3를 연이어 출시하고, 국내에 본격 선보인 반면 현대·기아차는 전기승용차 시장에서 아이오닉, 쏘울 등 기존 모델 판매를 이어갔다.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한 후속 차종들은 현대와 기아, 제네시스 등의 브랜드로 내년에야 첫 선을 보인다. 올 초 모델3를 구입한 회사원 서모 씨(34·여)는 “비슷한 가격에 전기차 세단이라면, 세계적으로 널리 팔린 테슬라를 사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며 “전기차로서의 성능뿐 아니라 충전 기반 등 부가서비스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국내 시장 입지를 늘리면서 국내 친환경차 보조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테슬라 차량에 지급되는 보조금을 차종 당 평균 국고 778만 원, 지자체 1278만 원으로 추정할 경우 상반기에만 900억 원이 지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 전체 전기승용차 보조금 2092억 원의 절반 가까이(43%)를 테슬라 한 곳이 독차지한 셈이다.
테슬라처럼 국내에서 차량 생산과 대규모 고용을 하지 않는 해외업체가 보조금을 챙긴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차량 국적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하는 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난다”며 조심스런 입장이다. 대신 국산과 수입을 통틀어 일정 금액 이상의 고가 전기차에 대해 내년부터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모델3의 가격은 5369만 원에서 시작한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전기차 보급은 차량성능뿐 아니라 국민 세금인 보조금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며 “자국기업에 유리하게 보조금 제도를 만든 독일, 프랑스 등 해외 사례를 우리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