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국내 수입차 신규 등록은 14만801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8767대에 비해 14.9% 증가했다. 하지만 2억∼3억 원대 이상의 스포츠카·슈퍼카를 주로 판매하는 브랜드는 2∼3배 늘어 성장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럭셔리 브랜드로 꼽히는 벤틀리는 지난해 1∼7월 73대였던 국내 판매량이 올해 179대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도 지난해 같은 기간 51대에서 올해 160대로 판매량을 3배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들 브랜드는 국내 판매 가격이 최소 2억 원∼최고 7억 원대에 이른다. 대부분 모델의 판매 가격이 1억 원을 훌쩍 넘는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셰도 지난해 1∼7월 총 2900대의 차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5287대로 82% 증가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초고가 수입차의 성장 요인 중 하나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SUV 모델 확대’를 꼽고 있다.
이 기간에 벤틀리의 경우 럭셔리 SUV를 표방한 ‘벤테이가’가 116대, 람보르기니는 슈퍼SUV를 내세운 ‘우루스’가 40대 판매되면서 판매 신장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두 차는 모두 판매가격이 2억 원대여서 기존에 판매하던 차량에 비해 가격은 낮으면서도 일상적으로 이용하기엔 편한 차들로 평가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슈퍼카의 경우 과속방지턱 때문에 일반도로 주행이 어려운 경우도 많은데 SUV 모델이 나오면서 이런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됐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는 SUV 라인업을 강화해 판매를 크게 늘린 것은 포르셰의 주요한 시장 공략 방법으로도 꼽힌다. 포르셰 역시 SUV인 카이엔(1010대)과 카이엔 쿠페(795대) 등이 올해 판매 증가를 주도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로 대표되는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더 희소성 있는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2015년 이후 매년 20만 대 이상의 수입차가 판매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더 차별화하려는 소비자가 초고가 브랜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정판, 맞춤형 모델이 빠르게 완판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들과 다르게, 더 유니크한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다는 수요가 구매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