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쌍용차 대주주 인도 마힌드라그룹은 차입금 만기 연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외국계 금융사에 최대한 협조를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KDB산업은행 등 국내 채권단은 차입금 상환 기일을 ‘조건부’로 연장해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에선 신규 자금을 투입해줄 새로운 대주주를 구하지 못하면 쌍용차의 미래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쌍용차와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차가 이달 15일부터 현재 연체 중인 외국 금융사 빚은 약 600억 원이다. JP모건 200억 원, BNP파리바 100억 원, 뱅크오브아메리카 300억 원 등이다. 쌍용차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해당 금융사와 차입금 만기 연장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쌍용차 대주주 마힌드라도 15일(현지 시간) “쌍용차의 미상환 금액이 발생할 경우 이를 책임지겠다”고 공시했다. 외국계 금융사가 쌍용차에 내준 차입금에는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 51% 이상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라는 조건이 붙어 있는데, 쌍용차 매각에 나선 마힌드라가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빌린 돈을 계속 책임지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외국계 금융사 차입금 외에 산은이 올해 7월 한 차례 만기를 연장해준 900억 원의 대출 만기도 21일 도래한다. 산은은 일단 쌍용차 매각 성사와 외국 금융사 차입금 만기 연장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만기를 3∼6개월 재연장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산은마저 차입금 상환에 나서면 쌍용차 회생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나 산은 입장에선 고용 문제가 가장 우선할 수밖에 없다”라며 “일단 만기 연장 후 매각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쌍용차 지원을 놓고 오락가락한 태도를 보였던 마힌드라도 결국 매각을 공식화하며 긴급 유동성 400억 원만 투입했다. 현재 마힌드라가 미국계 자동차 회사 HAAH오토모티브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쌍용차 위기가 불거진 올해 4월 이후 아직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더욱이 HAAH의 연 매출 규모는 25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진짜로 인수협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커진 상황이다.
정부도 쌍용차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고용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쌍용차 사태를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쌍용차의 회생 여부는 일단 매각이 관건”이라며 “법정관리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라고 했다.
김형민 kalssam35@donga.com·김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