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도 일반 소비자 중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차를 통틀어 최고 사양의 대형 세단인 G90가 2015년 12월 출시된 제네시스 EQ900의 부분변경 모델인 걸 아는 이가 드물다. 2018년 11월 선보인 G90는 제네시스만의 두 줄 후미등 디자인, GENESIS(제네시스) 전용 서체 적용 등으로 소비자들이 EQ900를 잊고 제네시스 ‘G시리즈’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알게 하기 충분했다.
더 뉴 K9도 마찬가지다. 2018년 처음 소비자들을 만난 K9이 부분변경된 것임에도 올해부터 회사 이름을 ‘기아(KIA)’로 바꾼 것처럼 마치 완전변경된 듯한 인상을 풍긴다. 현대차그룹 최신 기술들이 적용된 더 뉴 K9을 구리∼포천고속도로와 일부 지방도 구간에서 왕복 80여 km를 주행했다.
첫인상은 G90 등장 때처럼 뒷부분에서 강렬하게 느껴졌다. 이전에 좌측 상단에 있던 K9 이름이 다른 K 시리즈처럼 좌측 하단으로 내려와 시리즈 중 최상위 차종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좌우로 수평 연결된 리어램프(후미등)는 이전 모델보다 더욱 차를 넓어 보이게 했다. 더 뉴 K9 디자인을 보니 기존 K9이 작게 느껴졌다.

고속도로에 진입해 본선을 주행하니 클러스터(계기판)에 수시로 표시가 바뀌었다.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PGS)이 작동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개발해 더 뉴 K9에 최초로 적용한 것으로 운전 중 수시로 바뀌는 주행 상황을 PGS가 인식해 스스로 변속하며 운전자 피로를 줄여준다. 내비게이션, 카메라, 전방 레이더로 도로 상황을 인식해 곡선, 고속도로 진입로 등 다양한 주행 상황에 맞춰 스스로 엔진 브레이크를 작동시키거나 기어를 변속한다. 직접 모든 것을 신경 쓰는 것이 습관이 된 운전자라면 처음에는 큰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으나 처음 가보는 길이나 도로 상황이 복잡한 곳에서는 유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승 당일에는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렸다. 안전운전을 위해 고속도로에서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직접 앞차와의 간격 등을 신경 쓰며 운전하느라 PGS를 체험하고, 실제 상황에서의 연료소비효율을 느껴볼 새가 없었다. 그래도 3.3 터보 가솔린 엔진의 출력 덕분에 오르막길도 평지처럼 오르고 오르막길 중 정지 상황에서 큰 힘 들이지 않고 가속하는 힘에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폭우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험난한 주행 상황에서도 안락한 실내는 고급 세단의 진수를 느끼게 했다.
3.3 터보 가솔린과 3.8 가솔린 2개 트림(선택 품목에 따른 등급)으로 구성됐으며 복합 기준 연비는 L당 8∼9km다.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5694만∼7608만 원이다.
포천=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