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쿤타치는 지역과 언어에 따라 쿤탁, 카운타크 등으로 달리 불렸다. 그러나 사실 한 람보르기니 직원이 입버릇처럼 내뱉던 말이었다는 이탈리아어의 발음은 ‘쿤타쉬’에 가깝다고 한다. 발음이 어떻든 1970, 80년대 자동차 마니아들은 누구나 쿤타치를 쉽게 알아보고 감탄하기 바빴다. 자동차 마니아의 마음을 움직인 쿤타치는 디자인과 설계 측면에서 다른 슈퍼카 업체들에도 영향을 줬다. 의도한 적은 없지만 라이벌이 된 페라리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1990년까지 16년 동안 개선과 발전을 거듭하며 생산된 쿤타치는 람보르기니는 물론이고 슈퍼카 세계 전체를 뒤흔든 모델이었다.

쿤타치 LPI 800-4는 많은 부분이 오리지널 쿤타치에 대한 경의를 담고 있다. 특히 눈에 보이는 외부요소에 오리지널 쿤타치의 특성을 잘 녹여냈다. 전체적인 차체 형태로부터 세부 요소에 이르는 거의 모든 외부 요소에 오리지널 쿤타치의 30여 년 디자인 역사를 담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본 차체 형태는 50년 전 제네바 모터쇼를 뜨겁게 달군 쿤타치 시제품의 모습을 현대적 차체 구조에 맞춰 옮겨 놓았다. 뒤 스포일러나 측면 장식 등을 덧붙이지 않은 깔끔한 차체도 오리지널 쿤타치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한편으로 ‘시저 도어’(가위처럼 열리는 문)로 불리는 독특한 도어나 탑승공간 뒤에 차체 길이 방향으로 놓인 엔진 등 구조적 특징은 특별할 것 없어 보이기도 하다.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만들어진 람보르기니 V12 엔진 모델에 계속해서 쓰인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특징들이 시작된 것이 바로 오리지널 쿤타치였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즉 지난 50년간 이어진 람보르기니 V12 엔진 모델의 유전자를 만든 모델이 쿤타치라는 증거를 보여주는 차가 쿤타치 LPI 800-4다.
동력원과 구동계 구성은 람보르기니가 2019년에 처음 공개한 시안(Si´an) FKP 37과 거의 같다. 람보르기니가 처음 양산차에 사용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응용한 것으로, 780마력의 최고출력을 내는 V12 6.5L 엔진에 34마력 전기 모터를 결합해 최대 814마력의 힘을 낸다. 전기 모터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거나 급가속할 때 엔진을 도와 한층 더 강력한 성능을 끌어낸다.
특히 전기 모터를 작동시키는 전기 에너지는 여느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에서 볼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아닌 슈퍼커패시터라는 장치에서 공급된다. 이 장치는 배터리만큼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는 없지만, 배터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큰 전기 에너지를 전기 모터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기 모터가 빠르게 큰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빠르고 강력한 가속이 필요한 고성능 스포츠카에 어울린다. 람보르기니는 전기 모터와 슈퍼커패시터를 조합한 구성이 같은 무게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세 배 더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쿤타치 LPI 800-4는 112대 한정 생산된다. 내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구매자에게 인도될 예정이다. 112라는 숫자는 람보르기니가 오리지널 쿤타치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프로젝트 이름인 LP 112에서 비롯되었다. 특별한 의미를 담은 한정 모델로는 적지 않은 수량이지만, 영국 자동차 전문지 ‘톱 기어’에 따르면 예정된 생산량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고 한다.
이런 인기는 쿤타치 LPI 800-4가 람보르기니의 최신 모델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한 브랜드는 물론이고 슈퍼카의 역사를 바꾼 명차의 기억을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을 관통하는 차라는 점이 인기의 이유로 더 잘 어울린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