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스퍼의 첫날 사전예약은 2019년 11월 그랜저의 1만7294대보다 많은 내연기관차 역대 최대 규모였다. 현대차 브랜드로 판매되는 전체 차량 중에선 전기차인 아이오닉5(2만376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캐스퍼의 흥행 성공으로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가 자리 잡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인터넷 판매 플랫폼 ‘메르세데스 온라인 샵’을 15일 선보이며 인증 중고차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온라인 차량 판매에 나섰다.
‘메르세데스 온라인 샵’에 방문하면 전국 벤츠 전시장이 확보한 중고차 매물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모델과 엔진, 가격, 주행거리, 지역, 최초 자동차 등록일 등의 다양한 조건을 지정해 자신이 원하는 중고차를 검색할 수 있다. 살 차량을 결정하면 견적서 요청 및 상담을 진행할 수 있고 예약금 100만 원을 내면 해당 매물을 선점할 수 있다. 계약 후 전시장에 방문하면 공식 계약서를 쓰고 잔금을 낸 뒤 차를 받으면 된다. 온라인에서 계약 및 구매 대부분의 과정이 이뤄지는 것이다. 벤츠는 중고차 판매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신차까지 온라인 판매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이다.

세계적으로도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테슬라는 100% 온라인 차량 구매 시스템을 구축했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해 온라인 숍인 ‘마이 도요타’를 출시해 온라인 판매 범위를 넓히고 있다. 폭스바겐도 전기차 ‘ID.3’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중고차를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던 포르셰도 최근 북미 시장에서 신차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역시 향후 온라인 판매가 대세가 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한 국내 완성차 업체 임원은 “현대차도 온라인 결제만 안 될 뿐, 온라인으로 차량 견적 등을 다 뽑을 수 있다. 시스템은 갖춰놨다”며 “온라인 구매가 대세인 세상에서 온라인 차량 판매는 숙명이다. 여기에 대처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해외에선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판매한다.
노조 반발이 변수다. 국내 자동차 업계 노조에서는 온라인 판매 확대에 따른 일자리 및 수당 감소를 우려하며 온라인 판매에 반발하고 있다. 캐스퍼는 GGM에서 위탁 생산을 하는 구조라 노사가 온라인 판매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아가 올해 3월 전기차 ‘EV6’의 사전 예약을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려다 노조 반발로 오프라인과 병행하기로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