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편 007 시리즈는 새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제작 규모가 커지고 그와 관련한 마케팅도 활발해졌다.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며 오랜 시간에 걸쳐 팬층을 쌓아온 영화인 만큼, 폭넓은 PPL(간접광고)이 이루어진 것은 물론 관련 상품의 출시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 제작사와 공식 계약을 맺은 자동차와 모터사이클 업체들의 특별 한정판 모델들은 여러 의미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디펜더 V8 본드 에디션은 최고출력이 525마력에 이르는 V8 5.0L 수퍼차저 엔진을 비롯한 주행 관련 주요 장치을 갖췄다는 점에서 디펜더 V8 모델과 같다. 그러나 영화 속 추격전에 등장하는 차들과 닮은 모습으로 차를 꾸미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을 더한 게 특징이다. 이 차는 300대 한정 생산된다. 또 이 차는 차체를 비롯해 22인치 휠 등 주요 외부 요소를 모두 검은색으로 통일해 세련된 느낌을 준다.

영화 속에서 인상적 스턴트 액션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것으로 모터사이클을 빼놓을 수 없다. 장면마다 강렬한 인상을 주는 모터사이클은 트라이엄프의 타이거 900 랠리 프로와 스크램블러 1200이다. 고전적 분위기의 스크램블러 1200은 연료탱크에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 이미지를 넣어 트라이엄프와 제임스 본드의 국적을 뚜렷하게 나타냈고, 타이거 900 랠리 프로는 다양한 환경에서 뛰어난 성능을 내는 모델 성격을 고루 보여준다.
트라이엄프는 영화 개봉을 기념해 타이거 900 본드 에디션을 250대 한정 생산한다고 밝혔다. 한정 모델은 영화에 출연한 것처럼 매트 사파이어 블랙으로 칠하고 외부 장식을 검정으로 통일했다. 차체 양쪽 측면에 007 로고를 넣고, 핸들 바 고정부에 ‘본드 에디션’ 로고와 한정 생산 번호를 새겨 넣었다. 기본적인 특징은 일반 타이거 900 랠리 프로 모델과 같지만, 시동을 걸면 007 영화의 상징인 건 배럴(총열) 이미지와 007 로고가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표시되어 운전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차종들의 화려함은 보는 이를 자극하기에 충분하지만, 애스턴 마틴이 선보인 두 종류의 특별 한정 모델도 매력적이다. 예정된 시기보다 영화 개봉이 늦어지는 바람에 실제로는 미리 판매된 두 차는 밴티지 007 에디션과 DBS 수퍼레제라 007 에디션이다. 100대 한정 생산 예정으로 주문을 받은 밴티지 007 에디션은 현재 판매 중인 밴티지 모델에 1987년에 개봉한 007 리빙 데이라이트 영화 속 애스턴 마틴 V8의 이미지를 반영해 만든 것이다.
외부는 33년 전 영화에 나온 모델을 닮은 크롬 테두리의 그물망 그릴과 위험을 알리는 노란색과 검은색 패턴을 넣은 뒤 범퍼 장식이 눈길을 끈다. 그밖에도 좌석과 콘솔 등 내부 곳곳에 영화에 등장한 본드카를 떠올릴 수 있는 여러 치장을 더했다. 아울러 애스턴 마틴은 밴티지 007 에디션 구매자가 영화에서 특수 장비로 쓰인 스키를 연상케 하는 한정판 스키와 스키 랙도 함께 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함께 발표된 DBS 수퍼레제라 007 에디션도 노 타임 투 다이에 등장하는 차를 염두에 두고 만든 25대 한정 모델이다. 밖에서 보았을 때에는 한정 모델 전용 21인치 휠, 펜더에 붙인 배지와 트렁크 끝에 단 스포일러에 넣은 007 로고가 두드러진다. 차체 색은 영화에 등장한 차와 같은 세라믹 그레이고, 지붕과 사이드 미러 커버, 뒤 스포일러와 범퍼 아래 부분은 탄소섬유 소재로 되어 있다.


영화 노 타임 투 다이와 더불어 크레이그가 연기한 제임스 본드의 시대는 끝을 맺는다. 많은 팬이 아쉬움을 느끼겠지만, 이번 영화의 분위기를 담은 특별한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을 소유한 사람들이라면 앞으로도 그의 마지막 본드 연기를 곱씹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