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지난 8월에 벤츠 EQA 차량을 계약하고 계속 기다리고 있는데 딜러사에서 보조금을 안 받을거면 이달에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내년에 보조금이 절반으로 줄면 줄면 350만~400만원 정도밖에 안 될텐데, 보조금을 안 받고 차를 빨리 받는 게 나을 지 고민입니다.”
#3. 제네시스 GV60 차량을 시승했는데, 마음에 꼭 들더라구요. 그런데 지금부터 1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네요. 내년에는 보조금도 줄어든다는데 500만원 받자고 1년을 기다리는 게 맞나 싶어요. 1년을 기다린다고 해도 보조금이 또 소진될 수도 있잖아요.“
전세계적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출고 적체가 길어지고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까지 변경되며 소비자들의 마음이 타들어가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이어지며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현대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모델은 출고까지 8~9개월이, 아반떼 가솔린·하이브리드 모델은 6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출시된 경형 SUV 캐스퍼 역시 4~5개월을 기다려야 차량을 받을 수 있다.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HEV) 모델의 출고 대기 기간은 13개월 이상, 쏘렌토 가솔린 모델은 10개월, 디젤 모델은 11개월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 스포티지 역시 가솔린·하이브리드 모델 모두 출고까지 10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며, K5, K8 하이브리드 모델도 6~10개월을 기다려야 차량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8월 출시된 기아의 전용 전기차 EV6, 9월 출시된 GV60의 경우 초반 계약이 몰리며 출고 대기 기간이 13개월에 이른다. 아이오닉5 역시 10개월 이상 차량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기차는 보조금 한도가 정해져있고 보조금이 동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만큼 소비자들의 고심이 더욱 크다.
올해 전기차를 구매하면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합해 최대 1000만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지만 해를 넘길 경우 보조금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원하는 사양, 색상이 아니라고 해도 딜러를 통해 취소차를 구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전기차 보조금 예산은 1조9352억원으로, 올해(1조1226억원)에 비해 8126억원 늘었다.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은 증가하지만 대당 보조금은 줄어드는데다 가격 기준도 강화될 전망이다.
환경당국은 전기자동차 구매보조금을 100% 받을 수 있는 지급 기준을 올해 6000만원에서 내년 5500만원으로 낮춰 고성능 대중형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2022년 전기자동차 구매보조금 지침’을 마련, 차량 제작사, 지방자치단체, 관계 부처 등과 최종 협의 중이다.
이에 따르면 보조금 100% 기준은 현행 6000만원 미만에서 내년 5500만원 미만으로, 보조금 절반 지급 기준도 현행 9000만원 미만에서 내년 8500만원 미만으로 변경된다.
판매가 5990만원인 전기차가 올해 최대 8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았다면 내년에는 350만원만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지자체 보조금도 정부 보조금에 비례해 줄어들기 때문에 서울의 경우 5990만원인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550만원의 보조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부는 협의가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1월 초 보조금 지침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아우디 Q4 e-트론을 구매할 계획인 A씨(서울·30대)는 ”아우디가 Q4 e-트론 가격을 6000만원 이하로 책정한다고 해서 기대가 컸는데 1000만원 가까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전기차 보조금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며 고민이 커졌다“며 ”출고대기 기간에 보조금 문제까지 생각해야 하니 차 사기가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인기 모델의 경우 신차급 중고차 가격이 신차보다 높은 기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 모델Y 등 인기차종 일부가 신차가격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 전기차 가격이 향후 더욱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보조금 한도는 줄어들면서 중고차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품귀로 인한 생산 차질과 급증하는 전기차 수요가 겹치며 출고 적체가 가중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변경될 가능성이 커지며 소비자들의 혼란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