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8일 시승한 랭글러 4xe는 외관상 내연기관 차량과 큰 차이가 없었다. 미국 군용차의 외형을 이어받은 만큼 각진 디자인, 앞으로 툭 튀어나온 거대한 전면 범퍼, 7개의 수직 그릴과 원형 전조등 등 고유의 디자인은 그대로다. 이 때문에 여전히 내연기관 엔진의 ‘부르릉’ 소리가 더 어울릴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 공차 중량이 2345kg에 이르는 무거운 차량이어서 전기 모터가 힘을 발휘할지 의문이 컸다.
하지만 시동을 걸고 차량을 출발시키자 예상과 달리 보통 하이브리드 차량처럼 부드럽고 조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속페달을 밟자 전기 모터로만으로 시속 80∼90km까지는 여유 있게 도달했다. 랭글러 4xe는 2개의 전기 모터와 2.0L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운전자는 두 개의 동력기관을 조합하는 ‘하이브리드’, 전기만 사용하는 ‘일렉트릭’, 내연기관을 우선 쓰는 ‘e세이브’ 3가지 주행 모드 중 하나로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15.23kWh(킬로와트시)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32km다. 전기와 내연기관을 모두 사용했을 때 복합연비는 12.7km다.
하이브리드 모드를 이용했을 때 급가속이나 고속 주행 상황을 제외하고는 전기 모터가 적극적으로 주행에 관여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배터리 잔량이 한 자릿수로 떨어져도 웬만해서는 가솔린 엔진이 작동하지 않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하겠다는 지프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높은 효율 덕분에 저속 주행이 많은 시내 구간에서 연료를 아끼면서도 차량의 정숙함을 느낄 수 있다. 이 때문에 레저용만이 아닌 출퇴근용으로도 손색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완속 충전만 지원하고 완충에 평균 2시간 30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충전을 자주 할 수 있는 환경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쉬운 점도 있다. 배터리팩이 2열 하부에 위치하다 보니 2열을 접었을 때 트렁크 바닥과 평평하게 연결되지 않는다. 이는 랭글러 4xe를 차박(차량 숙박)용으로 활용하려던 소비자에게는 아쉽게 느껴질 대목이다. 중앙 디스플레이 하단에 위치한 창문 조작 버튼, 그물로 된 수납공간, 좁은 센터콘솔(앞좌석 보관함), 잡아당겨 채우는 손잡이형 사이드 브레이크 등은 넓은 수납공간과 전자식 제어 장치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는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도 유지되는 지프만의 고유한 디자인, 안정적인 주행 성능과 상대적으로 높은 연비를 구현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등은 한 번쯤 ‘지프차’를 몰아보고 싶었던 소비자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랭글러 4xe는 ‘오버랜드’와 차량 천장이 열리는 ‘오버랜드 파워탑’ 두 가지 모델로 판매된다. 오버랜드 모델은 8340만 원, 오버랜드 파워탑 모델은 8690만 원.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