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애플카에 탑재될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확보를 위해 국내 업체로부터 샘플을 받아 신뢰성 시험을 진행하는 등 FC-BGA 기판 공급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FC-BGA는 반도체칩을 메인 기판과 연결해주는 반도체용 기판으로 PC·서버·네트워크 등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주로 쓰인다.
특히 FC-BGA는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기존 자동차의 전장화와 전기차 증가, 자율주행 확대로 인해 수요도 늘고 있다. FC-BGA는 반도체 기판 중에서도 기술 난이도가 최상이며 평균 영업이익률이 20~30%에 달할 정도로 수익성도 높다.
애플이 FC-BGA 확보부터 나선 건 공급난이 심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인공지능(AI)·전기차 등 관련 산업의 발전으로 FC-BGA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가 적어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FC-BGA 품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2026년까지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애플은 이르면 2024년 애플카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현재 글로벌 FC-BGA 시장점유율로 보면 대만·일본 업체가 높지만 애플은 한국 업체들의 신속한 기술 개발과 납기 대응 속도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율주행차에 쓰이는 FC-BGA는 컴퓨터 등에 쓰이는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스펙이 낮은 편이고 국내 업체들은 FC-BGA와 제품 특성 및 양산공정이 80% 이상 유사한 SiP(시스템인패키지) 등 차세대 반도체 기판에서 글로벌 수위를 유지하고 있어 후발 주자지만 빠르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애플은 애플카 부품업체를 선정할 때 제한적인 시간과 미·중 갈등의 지정학적 위험을 동시에 고려할 것”이라며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아이폰 부품 공급망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중화권보다는 한국 업체를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기·대덕전자·LG이노텍 등 FC-BGA 사업에 꾸준히 투자한 국내 반도체 기판 업체들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FC-BGA 생산설비에 총 8억5000만달러(약 1조원)을, 대덕전자도 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애플에서 발생한 매출이 전체의 75%나 될 정도로 애플과 신뢰가 단단한 LG이노텍도 FC-BGA에 413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