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무공해차 연구 및 측정시험을 담당하는 임윤성 연구관은 시험기기를 가리키면서 “전기차는 운행할 때 나오는 배출가스가 없어 이렇게 운행 중에 사용된 전력량을 토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한다”며 “화력, 원자력 발전 등 각 발전원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발전원 비율대로 적용해 전기차의 주행 중 온실가스 배출량을 환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기차 온실가스 배출량도 추산 가능
2020년과 2021년 현대자동차 자체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 ‘아이오닉5’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km당 169.6g으로 추산됐다. 전기차는 배출가스를 내뿜지 않는다. 당연히 주행 중 온실가스 배출량도 0이다. 그런데 어떻게 온실가스 배출량이 169.6g이 나온다는 것일까.
이는 주행 중에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만 측정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생산되고, 달리고, 폐기되는 전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를 산출한 것이다. 이렇게 차량 생애주기 전 과정에 걸쳐 발생하는 온실가스 총합을 산출하는 것을 ‘전 과정 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라고 한다.
현대차 연구에 따르면 자사 전기차의 생애주기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중 주행 과정에서 배출되는 양이 63.9%로 가장 많았고, 배터리 제작 등 제조 전 단계 배출량 34.4%, 제조 단계 배출량 1.2% 등이었다.
전기차가 주행 과정에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는 사용 전력량에 비례해서 측정한다. 전력 발전원별로 다른 온실가스 산출량을 환산해 전기차 주행에 따라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산하는 것이다.

온실가스 전 과정 평가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정환수 연구사는 “어떤 차량이 배출가스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측면에서도 친환경적인가를 판단하려면 전 과정 평가 수행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전 과정 평가에서 ‘투싼 하이브리드’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km당 241.6, ‘투싼 가솔린’은 311.1g으로 추산됐다. 내연기관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기차의 약 2배 수준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저공해차를 나누는 규정에는 온실가스와 관련된 기준이 없다.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 배출물질이 적은 차를 ‘저공해차’라고 부르는데,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저공해차가 세 종류로 제시돼 있다. 1종이 ‘무공해차’로 전기차와 수소·태양광차다. 2종은 하이브리드차, 3종은 대기오염물질을 특정 수준 이하로 배출하는 내연기관차로 이들은 공영주차장 할인이나 구매 보조금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전 과정 평가 국가표준도 개발 착수
하지만 무공해차인 전기차라고 해도 온실가스 전 과정 평가를 해보면 앞서 지적한 대로 km당 169.6g의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태양광 발전의 전 과정 평가 시 1kWh(킬로와트시)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48g으로 추산되는데 그 양의 3.5배다.
그나마 무공해차는 다른 종 차량과 비교할 때 온실가스 발생량이 적은 편이다. 내연기관이 달린 하이브리드 차량만 봐도 운행 시 상당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지난해 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의 비교 결과, 전기차의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은 하이브리드 포함 내연기관차와 비교할 때 유럽에선 66∼69%, 미국에선 60∼68% 더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무공해차 보급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의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기 위해선 친환경차 평가에 있어 온실가스 기준을 도입하고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박수한 건국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해 국가온실가스감축계획(NDC) 목표가 2018년 대비 40%로 상향됐기 때문에 수송 부문의 부담도 커졌다”며 “국제사회도 갈수록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기업과 제품을 우대하는 분위기라 온실가스 기준이나 전 과정 평가 도입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유럽,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전 과정 평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는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의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을 측정하는 방법과 이를 위한 ‘전 과정 평가를 위한 목록(Life Cycle Inventory·LCI)’을 만들고 있다. 조만간 자동차 전 과정 평가의 국가표준도 개발할 예정이다.
인천=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