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야당 “초기 대응 실패” vs 여당 “한국만 몰랐던 건 아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우선 IRA 법안 인지 시점부터 파고들었다. 7월 27일 미국 IRA 법안 초안이 공개됐는데도 정부가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IRA의 전신인 ‘더 나은 재건(BBB)’ 법안이 나왔을 때부터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면서 구체적 인지 시점을 물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8월 초 주미 대사관에서 연락을 받았고, 4일 (IRA 내용이) 도착했다”고 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이날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에서 “8월 4일 주미 대사관에서 외교부로 IRA상 전기차 세액공제 개편안 관련 전문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이 법은 8월 16일 발효됐다.
국내 산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사안임에도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8월 초) 윤석열 대통령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과 통화할 때도 IRA 관련 언급이 없었는데 그 전에 대통령에게 (IRA 관련) 보고를 했나”고 묻자 이 장관은 “보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굉장히 중요한 사안인데 장관이 뛰었어야 했다”고 질책했다.
민주당의 김성환, 양이원영, 김한정 의원 등은 산업부가 피해액 추산을 하지 않은 점도 비판했다. 이 장관은 “광물 조건(배터리 내 핵심 광물 채굴·가공 지역 기준)이 나오기 전이라 추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여당 의원들은 IRA가 갑작스럽게 추진된 법안이라며 반박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IRA 법안 통과는 비밀리에 진행됐다”며 “미국 의회와 자동차 회사, 언론도 ‘쇼크’라고 하는데 한국만 몰랐다고 하는 건 (윤 대통령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 문제를 놓고) ‘조문 참사’라고 하는 것만큼 어이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 현대차·기아 3분기 전기차 판매량 전 분기보다 33% 줄어

실제 현대차그룹의 3분기(7∼9월)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1만2577대에 그쳤다. 1분기(1∼3월)와 2분기(4∼6월)에 각각 1만5724대와 1만8794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는데 3분기에 전 분기 대비 판매량이 33%나 줄어든 것이다. 9월 들어 판매량은 더 가파르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국에서 생산하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ID.4는 2분기 1660대에서 3분기 6657대로 4배로 늘어났다.
다만 9월 판매량의 경우 IRA 시행 전 계약된 물량이 실제 인도된 게 대부분이어서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