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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호주 광산 업체 지분 투자… 10년간 전기차 490만대분 리튬 확보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2-10-12 20:49:00업데이트 2023-05-09 10:13:05
SK온이 호주의 자원개발 기업들과 잇따라 계약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원소재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위한 공급망 다변화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SK온은 호주 ‘레이크리소스(Lake Resources)’ 지분 10%를 투자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총 23만 톤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분 투자는 레이크리소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관련 절차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리튬 공급은 오는 2024년 4분기부터 시작해 최대 10년간 이뤄진다. 첫 2년 동안은 연간 1만5000톤, 이후에는 연간 2만5000톤 공급받는 조건으로 기본 5년 계약에 추가 5년 연장 옵션이 적용됐다. 총 공급량 23만 톤은 전기차 49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호주 업체 레이크리소스는 지난 1997년 설립됐다. 2001년 호주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로 현재 아르헨티나 내 4개 리튬 염호 자산, 1개의 리튬 광산 등을 보유하고 있다. SK온은 이중 가장 규모가 큰 카치(Kachi) 염호에서 나오는 리튬을 공급받는다. 카치 염호는 볼리비아, 칠레와 더불어 남미 ‘리튬 트라이앵글’을 이루고 아르헨티나 내에서 고순도 리튬이 많이 생산되는 카타마르카 주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은 앨버말(Albemarie), 리벤트(Livent) 등 글로벌 리튬 업체와 국내기업 포스코가 염호를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

SK온은 레이크리소스로부터 공급받은 아르헨티나산 리튬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정제한 후 북미사업장에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는 IRA 규정상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협력은 SK온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쟁력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레이크리소스는 빌 게이츠, MIT 주도 펀드회사 등이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라일락솔루션스(Lilac Solutions)의 ‘직접리튬추출(DLE, Direct Lithium Extraction)’ 기술을 이용해 친환경적으로 리튬을 생산한다. 해당 기술은 전통적인 염수 증발 방식에 비해 부지 사용량이 적고, 걸러낸 염수를 지층에 재주입해 생산과정에서 물 사용량도 낮다. 기존 염수 증발 방식은 리튬 회수율이 50% 내외지만 DLE 방식은 80~90%에 달한다.

SK온은 글로벌 생산 확대를 뒷받침하고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원소재 공급망 다각화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배터리용 광물이 일정 비율 이상 미국 혹은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에서 추출 또는 가공돼야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IRA법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호주 ‘글로벌리튬(Global Lithium Resources)’과 리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기도 했다. 글로벌리튬은 세계 1위 리튬 생산국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호주에서 2개의 대규모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SK온은 글로벌리튬으로부터 공급받은 리튬 정광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할 양극재 파트너를 물색할 예정이다.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국가에서 채굴되는 광물은 구매 후 협력사를 통해 북미 등에서 정제해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류진숙 SK온 전략담당은 “이번 계약을 통해 북미 배터리 공장에 리튬을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상호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원소재 확보 노력을 지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딕슨(David Dickson) 레이크리소스 CEO는 “SK온과 계약은 친환경 리튬 생산력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향후 고순도 리튬 공급을 위한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SK온과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