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차 급속 충전기 전문 업체 SK시그넷은 12일 미국 텍사스 주에 전기차 초급속 충전기 생산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500만 달러(약 215억 원) 초기 투자 후 생산량 증대에 따라 필요 시 추가 투자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작년 11월 ‘국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한 특별법(NEVI)’을 제정하고 지난 8월 시행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도 전기차 충전소 구축 시 세제 혜택을 포함하는 등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시그넷은 이번 미국 공장 신설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친환경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기반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정부는 NEVI 프로그램에 오는 2030년까지 약 50억 달러(약 7조1000억 원) 규모 보조금 예산을 책정했다. 이는 고속도로 50마일(약 80km)마다 급속 또는 초급속 충전소를 설치해 미국 전역에 총 50만개 충전소를 구축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하지만 NEVI 정책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충전기 제품의 미국 내 생산이 필수다. SK시그넷은 미국 공장 구축으로 NEVI 보조금 정책 수혜 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보조금 수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미국 내 제품 생산 뿐 아니라 기술적으로 미국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SK시그넷 텍사스 공장은 올해 생산에 착수에 내년 2분기 내에는 생산라인 전량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은 대지면적이 약 1만5000평, 건물면적 4000평(3000평 추가 증축 가능)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미국에서만 연간 1만기(증축 시 2만기) 넘는 충전기 생산이 가능한 규모다. 미국 공장 가동 시 SK시그넷은 한국과 미국에서 연간 2만기 이상 생산 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신정호 SK시그넷 대표는 “미국 정부 정책에 맞는 발 빠른 대응으로 북미 초급속 충전 시장에서 선도적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욱 SK시그넷 연구개발본부장(CTO)은 “20여 년간 축적한 제조 기술 노하우와 경험을 미국 공장에 이식하고 신속하게 미국 내 부품 공급망을 구축해 설비를 조기에 안정화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