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4개사가 요소수 분사량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로 합의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423억 원(잠정)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벤츠에 207억 원, BMW 157억 원, 아우디 6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관련 자동차를 국내에 팔지 않은 폭스바겐은 시정명령만 내리기로 했다. 이번 제재는 연구개발(R&D) 관련 행위를 담합으로 제재한 첫 사례다.
공정위에 따르면 4개사는 2014년부터 한국과 유럽에서 시행된 배출가스 규제에 대비해 2006년 6월 독일에서 SCR 소프트웨어 기능회의 등을 열어 “질소산화물(NOx)을 항상 최대로 저감할 필요는 없다”고 합의했다. 질소산화물은 자동차가 연료를 연소하면서 나오는 독성가스로 오존, 산성비 등의 원인이다. SCR은 요소수를 공급해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장치로 요소수 탱크가 커지면 자동차 연비가 나빠진다. 이들 회사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질소산화물이 더 나오더라도 요소수 사용을 줄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경유차에 장착했다.
공정위는 4개사의 행위가 “보다 뛰어난 저감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경유 승용차의 개발 및 출시를 막은 경쟁제한적 행위”라고 봤다. 서로 경쟁을 피하기로 담합해 친환경 기술 개발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것이다. 또 상품 가격이나 수량뿐만 아니라 친환경성도 경쟁의 핵심 요소로 인정했다.
신동열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요소수 보충 주기가 늘면 소비자 편익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개별적으로 판단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 다 같이 하지 말자’고 합의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담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 합의 결과로 탄생한 SCR 소프트웨어 기본 기능은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3개 회사의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불법 조작 사건, 일명 ‘디젤게이트’가 발생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디젤게이트는 폭스바겐 등이 환경부의 규제 인증 시험에서는 배기가스 저감장치를 작동시키고 실제 주행 때는 연비 절감을 위해 제대로 작동시키지 않아 기준치 이상의 질소산화물이 배출되도록 한 사건이다.
앞서 2021년 7월 유럽연합(EU)은 이들 4개 회사의 담합에 대해 8억7500만 유로(약 1조19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