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가솔린 모델보다 훨씬 더 정숙하고 출력도 더 세다. 트렁크가 작은 것 빼고 특별한 단점을 찾을 수 없었다”
현대 그랜저 LPG 모델을 시승하고 느낀 점을 한 줄로 표현하면 위의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6기통 LPG 모델이 4기통 가솔린 모델을 압도하는 상품성을 갖췄다. ▲정숙성 ▲출력 두 가지 모두 LPG의 완승이다. 특히 6기통의 부드러운 엔진 회전 질감은 4기통에서 느끼기 어려운 고급스러움이다. LPG 모델이 150만 원 더 비싸지만 금액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출력 측면에서도 가솔린 2.5는 198마력, LPG 3.5는 240마력이다. 약 40마력의 출력 차이는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확연한 힘의 차이다. 정숙성에 이어 출력 성능까지도 LPG 모델이 우위에 있다.
6기통 3.5 가솔린 모델을 구매할 것이 아니라면 LPG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다양한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LPG 연료 탱크가 트렁크 아래쪽 부분에 실려 있어 해당 공간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이에 따라 가솔린 그랜저 대비 트렁크 하단의 높이가 살짝 높아서 트렁크가 살짝 좁아졌다.
연비 테스트 결과 4기통 2.5 가솔린 모델의 평균 연비는 8.5~9km/l이며, 6기통 3.5 LPG는 6.5~7.0km/l 수준이다. 연비는 2.5 가솔린 모델이 더 높지만, 연료값은 LPG가 가솔린 보다 저렴하므로 유류비 측면에서는 LPG 모델이 훨씬 더 유리하다.(2월 20일 기준 리터당 전국 평균 휘발류 1579원, LPG 991원-자료출처: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주행 질감, 차량의 외형 디자인, 실내 인테리어 등 기본적인 차량의 구성은 LPG 모델이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 과거 LPG 모델들은 소위 ‘깡통’으로 불리며 옵션이 빠져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신형 그랜저는 기본 옵션도 풍부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옵션을 더 넣을 수도 있다. 다만 상위 트림인 익스클루시브 모델에 모든 옵션을 추가하면 5100만 원에 육박하는 만큼 꼭 필요한 옵션으로 차량을 구성하는 것이 경제성 측면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의 핸들링, 브레이크 세팅, 승차감 등도 가솔린 모델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브랜드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승차감을 좀 더 부드럽게 다듬었다면 차의 성격과도 더욱 잘 맞았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승차감은 노면이 안 좋은 곳에서 약간 통통 튀는 편이며 브레이크의 제동 성향도 20년 전 국산 차처럼 초반 응답에 제동력이 몰려있다. 소위 브레이크를 밟자마자 즉시 ‘빡’ 멈추는 듯한 느낌을 주는 세팅이다. 그랜저 판매 주 타켓층인 40~50대 운전자들이 좋아하는 성향이라고 판단해서 신형 그랜저를 이처럼 세팅했겠지만 해당 연령층의 소비자들도 이제는 수입차를 충분히 경험해본 세대이다. 과거를 답습하고 안주하기보다는 더 나은 차량 완성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줘야 할 시기라고 생각된다.
2열의 넓은 공간은 수입차 및 제네시스와 견줘도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가격대를 생각하면 그랜저 쪽이 훨씬 더 낫다. 1열 조수석에 앉은 승객이 자신 앞에 무릎 공간을 충분하게 둬도 2열에 앉은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국산 세단 중 가장 넓은 2열 공간을 확보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사용하기 편리한 내비게이션, 미리 저장한 데로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되는 온도 공조 기능 등은 그랜저의 장점 중 하나다. 차량 디자인은 취향의 영역이지만, 미래에서 온 우주선을 보는 듯한 색다른 디자인도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봤다. 특히 전면과 후면에 직선을 강조한 특유의 디자인이 눈길을 끌었다.
시승기의 결론을 내보면 승차감과 제동감이 다소 아쉬울 수 있으나 그랜저의 상품성은 준수하며 LPG 모델은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LPG 모델의 과거 단점인 ▲빈약한 출력 ▲추운 겨울 시동이 잘 걸리지 않는 문제 등이 말끔히 해결된 지금 가솔린 모델을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본다. 소비자들이 편견 없이 LPG 차량을 바라볼 수 있는 열린 시각만 있다면 가솔린 그랜저보다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동아닷컴 김상준 기자 k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