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웅장하다. 안락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여유롭다”
링컨 네비게이터를 탈 때 느껴지는 감정들은 한결같이 풍요로운 감정들이다. 한국에서는 보편적이지 않은 커다란 차체가 주는 기분 좋은 이질감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링컨의 최상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네비게이터를 시승했다. 5.3m가 넘는 차체 길이와 2m가 넘는 차체 폭이 한 눈에도 비범하게 느껴지는 차량이다. 실내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차량답게 큰 차체 안을 고급스럽게 꾸며놨다. 가죽과 나무를 아낌없이 사용했으며 음질이 뛰어난 오디오 시스템을 탑재해 고급스러운 저택의 응접실이 생각나도록 차량을 구성했다.
링컨 차량의 오디오 음질은 자동차 업계를 넘어서도 알아줄 만큼 음량이 크고 또 세밀하다. 네비게이터에 적용된 ‘레벨 울티마’ 시스템은 고음·저음을 가리지 않고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내며 특히 오케스트라나 악기 소리를 선명하게 구현하는 특성이 있다. 국내에 판매 중인 모든 차를 통틀어 최상위 권에 있는 오디오 시스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 링컨의 시트들은 다양한 각도로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는 버튼들을 적절하게 조절하면 몸에 편안하게 맞출 수 있다. 고급차 답게 마사지 기능도 탑재됐는데 마사지의 강도가 상당히 강해 만족스러웠다. 2열의 구성도 1열과 비슷하게 고급스럽고 공간은 더 여유롭다. 시트의 편안함은 비슷한 수준이며 무릎 앞 공간은 다리를 쭉 뻗어도 1열에 닿지 않을 정도로 넓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네비게이터를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며 고급 세단을 대체할 정도로 2열의 승차감은 좋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반적인 승차감도 실내에서 누릴 수 있는 안락함 만큼 비슷하게 결을 맞췄다. 에어서스펜션 시스템은 높이 조절이 되지 않지만 노면이 안 좋은 도로를 지나더라도 탑승자에게는 충격을 걸러서 전달한다. 저속에서부터 고속까지 시종일관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춰 프리미엄 브랜드의 최상위 SUV다운 구성이라고 평할 수 있겠다.
차량의 유일한 약점이라면 큰 차체 크기로 인해 좁은 지하 주차장을 다니기가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대형 쇼핑몰이나 큰 빌딩의 주차장을 출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지만 좁은 지하 주차장에서 차량을 운전할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주차장 통로 좌우 턱에 휠을 긁지 않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네비게이터에는 3.5ℓ 6기통 가솔린 터보엔진과 10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6기통 터보엔진은 445마력과 71토크의 엄청난 힘을 낸다. 차체 무게는 약 2500kg으로 육중한 편이지만 고출력 엔진 덕분에 의외로 초반 가속력이 준수하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승차감이 유연하다 보니 빠르게 달리고 싶기보다는, 여유롭고 편안하게 주행하고 싶어지며 또 그편이 차량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신차답게 ▲스마트폰과의 연결 ▲자체 네비게이션 시스템 ▲통풍·열선 시트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편의·안전 옵션이 풍부하게 탑재됐다. 주로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했는데 무선 또는 유선으로 연결이 가능하며 대 화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덕분에 한눈에 보기가 편리했다.
ADAS 시스템은 구형 모델보다 차선 인식과 앞차를 인식하는 기술적인 부분이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모델은 구부러진 도로에서는 종종 차선을 이탈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신모델은 차선 중앙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달렸다. ADAS 업그레이드 덕분에 장거리 주행 시 시스템에 도움을 받아 운전 피로를 경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승기의 결론을 내보면 네비게이터는 별다른 경쟁 모델이 없이 ‘독창적인 상품성’을 갖춘 차라고 볼 수 있다. 웅장한 차체와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 편안하지만 파워풀한 주행 성능까지 기타 차종들과 차별화된 요소들이 이 차의 매력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압도적으로 넓은 공간에서 오는 편안함은 국내에 판매되어온 다양한 대형 SUV들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유형이라 색다른 만족감을 줬다.
동아닷컴 김상준 기자 k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