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냉장고 모터 코어 만들던 철강 가공기업, 전기차 날개 달고 비상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며 전기차에 들어갈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대기업과 강소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2일 방문한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2020년 4월 모회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철강재 가공 3개 사업부문을 분리해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포스코SPS를 전신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1월 사명을 바꾼 건 미래 사업으로 낙점한 모터코어에 전사 차원의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 회사가 만드는 구동모터코어는 전기강판에 홈을 내 압착하는 일반적 방식 제품보다 자속밀도(토크)가 약 15%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2014년 이 기술이 적용된 모터코어를 처음 납품했는데, 현재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4, 5곳을 고객사로 두는 고속 성장을 경험했다. 윤태현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 코아사업실장은 “배터리 효율이 단 1%라도 더 좋아지게 만들고 싶은 해외 바이어(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해마다 공장 투어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은 올해는 기존 중국 공장의 증설과 함께 9월 멕시코 신축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유럽 생산공장 신설도 계획하고 있다.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 중국, 유럽을 정조준한 것이다. 2030년 국내외에서 구동모터코어 700만 대를 생산해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 “전기차 전환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 위기감 커
중견 부품업체들의 체질 개선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내연기관 엔진 대신에 전기차에 새롭게 들어가는 모터를 비롯한 새로운 부품에 맞춰 이를 생산하는 산업 전환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자동차 공장들이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울산, 광주, 부산 등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자동차 플라스틱 부품업체인 선진인더스트리는 지난달 울산 GW일반산업단지에 필러(플라스틱 기둥) 신설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광주의 자동차 부품업체인 피티지는 전기차 바퀴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인휠모터’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지난달 광주 평동산단에 준공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오트로닉도 지난해 12월 울산 하이테크밸리 산업단지에 전기차에 들어갈 전장부품 제조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밖에 아이엘사이언스가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가로등을 2021년 출시하는 등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전기차 생태계로 뛰어드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전기차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의 절대 수 자체가 적다 보니 시장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기업들은 기업의 존속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내연기관차에는 약 3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1만1000∼1만2000개만 필요하다. 전체 부품이 줄어들면서 동력계 및 변속기 등을 만드는 내연기관 부품기업의 30∼40%가 사라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성용 중부대 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부품업체뿐만 아니라 사후정비 업체들도 전기차 전환으로 30∼40%가 폐업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내연차 관련 업체들이 도태되지 않도록 소규모 부품 회사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천안=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