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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의 현대차 생산직 공채... 신규 채용 감소 이면에 '전기차' 있나

ev라운지
입력 2023-03-10 17:20:00업데이트 2023-05-08 18:50:10
현대자동차·기아 본사 건물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기아 본사 건물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2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장 생산직 신규 채용 접수를 시작했습니다. 서류 접수 전부터 직장인 커뮤니티 등에서 화제였던 생산직 공채는 첫날 오전 9시 대기자가 1만 명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번 생산직 채용이 유독 화제가 된 것은 현대자동차가 기술직 신규 채용에 나선 것이 2013년 4월 이후 10년 만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가 이렇게 신규 채용에 소극적이었던 여러 가지 배경 중 하나에 '전기차로의 전환'이 있습니다.

전기차 전환은 생산직 인력 감축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전기차 생산이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 공정에 비해 필요한 인력이 적기 때문입니다. 케임브리지 이코노믹스의 연구에 따르면 내연기관차 1만 대를 생산하는 데에 9450명의 인력이 필요한 반면, 전기차 생산은 3590명의 인력만으로 충분합니다. 또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약 3만 개인 것에 비해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1만 8900개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전기차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도 전동화가 실직 및 구조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폭스바겐,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등의 주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비용 감축을 이유로 신입 사원을 줄이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아 관계자는 2년 전 "사실상 전기차 시대에 맞춰 생산 구조도 변해야 하므로 채용에 주춤할 수 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현대차 사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증가하는 정년퇴직자를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연적인 인력감소에 나서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현대차 생산직 근로자 중 매년 2000여 명이 정년퇴직을 하지만 신규 채용은 이에 한참 못 미칩니다. 물론 사내 하청업체 직원들을 직고용하며 신규 채용 여력이 없어진 것도 원인이나 전동화로 인한 생산공정의 단순화 및 인력 수요 감소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임직원 수는 2021년 1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베이비붐 세대 생산직의 정년퇴직이 본격화됐으나 신입사원 공채는 오랜 기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지난해 7월 노사 합의를 통해 무려 10년 만의 생산직 신규 채용을 합의하였습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동화 등 산업 트렌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모빌리티 기술인력 채용"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번에는 전동화 트렌드 변화에 맞게 새로운 인력을 충원한다고 하였으나 현대차가 전기차로의 전환을 계속한다면 앞으로 생산 직군 조정은 불가피합니다. 이에 올해 노사 합의에 의한 채용이 끝나면 언제 다시 신입 채용의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지원자들은 더욱 간절합니다.

한편 구직 시장을 들썩이게 만들고 있는 현대차 생산직 채용은 오는 12일에 마감됩니다.


EV라운지 에디터 evloung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