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1월 자동차 판매 상위 10개 모델 중 6위 현대자동차 ‘포터’(4927대), 8위 현대차 ‘아반떼’(4438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RV 차량들이 차지했다. 최근 몇 달 사이 신차들이 잇달아 공개된 기아 ‘쏘렌토’(9284대), 현대차 ‘싼타페’(8016대), 기아 ‘카니발’(7049대), 기아 ‘스포티지’(5934대), 현대차 ‘투싼’(5152대) 등이 1∼5위를 휩쓴 것이다. 7위(‘GV80’)과 9위(‘레이’), 10위(‘셀토스’)에도 SUV 및 RV가 이름을 올렸다.
반면 지난해 연간 ‘베스트셀링’ 모델이었던 현대차의 대표 세단인 ‘그랜저’는 전년 동기 대비 60.2% 판매량이 급감하며 11위(3635대)로 밀렸다. ‘아반떼’(4438대)와 ‘쏘나타’(496대)도 각각 27.2%, 80.5% 판매량이 감소해 세단이 전체적으로 부진했다.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인 카이즈유데이터센터에 따르면 1월에 SUV를 포함해 RV는 8만7331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25.2% 증가했다. 세단이 3만3253대 팔려 전년 대비 29.4% 감소한 것과는 대조된다. 실내가 넓은 데다 승차감도 발전한 SUV를 향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는 올해도 여지없이 ‘1월 혹한기’를 겪었다. 통상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이 2∼3월 중 확정되기 때문에 보조금 혜택을 누리려는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는 것이다. 현재는 보조금 지급 상한선인 8500만 원 이상의 고가 전기차 위주로 팔리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는 브랜드 전체에서 1월에 딱 1대만 팔았고, 볼보 산하 전기차 브랜드인 폴스타는 1월에 단 한 대도 못 팔았다. 현대차에서도 ‘아이오닉6’, ‘코나’, ‘포터’ 전기차 모델은 모두 4대씩만 팔렸다. 기아에서도 ‘니로’ 전기차는 21대, 전기차 전용 모델인 ‘EV6’는 29대가 팔리며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2월에 구매한 전기차는 3월에 소급해 보조금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면 판매량이 이렇게까지 들쭉날쭉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환경 차량 중에선 하이브리드 차량의 질주가 이어졌다. 하이브리드는 지난달 총 3만9712대가 팔려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93.2% 늘었다. 1월 판매 1위인 쏘렌토는 하이브리드 비중이 75%, 2위 싼타페는 62.7%, 3위 카니발은 53.1%로 판매 상위권 모두 하이브리드 의존도가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와 SUV의 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 지급 방식이 확정되는 3월쯤에야 판매가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