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달 18일부터 이날까지 접수한 국내 중소기업의 북미 무역투자 애로사항을 보면 관세, 세제, 통관과 관련된 문의가 전체(518건)의 63.7%인 33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판매처 발굴(10.2%), 미국 수출 인증(9.5%)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에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은 중국에서 값싼 원자재를 구매해 한국이나 중국에서 가공한 뒤 미국으로 수출하는 구조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을 구축할 여력이 없는 경우 미국발 ‘관세 포탄’을 피할 길이 없는 셈이다.
중국 공장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B사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으로 중국 공장 문을 닫고 한국에 공장을 새로 지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에 제조 시설을 구축해도 결국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미국이 수입품에 대한 원자재 공급처까지 검사하고 있는 상황이라 B사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액은 1조2400억∼2조4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주요 피해 품목군은 화장품, 전기전자, 기계류, 화학 등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대미 수출액은 27조23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미국이 중소기업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었던 만큼 신임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충격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여기에 대기업들이 북미 생산을 늘리면서 원자재 및 중간재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중소기업은 수출 감소와 내수 침체라는 이중고에 놓일 처지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수출 중소기업의 관세 대응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통관 서류 작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KOTRA 역시 관세 대응통합 상담 창구를 새로 만들어 수출 중소기업의 문제점 해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