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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경쟁 출발 늦었지만… 데이터 쌓인 현대차 좋은 성과 낼것”

김형민 기자
입력 2025-04-10 03:00:00업데이트 2025-04-10 03:00:00
진은숙 현대자동차 ICT 혁신본부장(부사장)이 9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진은숙 현대자동차 ICT 혁신본부장(부사장)이 9일 서울 서초구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자동차 산업에서 벌어지는 정보통신기술(ICT) 경쟁은 지금 막 출발 총성이 울린 ‘3000m 쇼트트랙’과 같습니다.”

9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서 본보와 만난 진은숙 현대차 ICT담당 부사장(57)은 “미국과 중국이 출발과 동시에 선두 그룹을 유지하고 있지만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는데 결국 우리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진 부사장은 “자동차 분야 ICT는 밑바탕이 중요하며 그 바탕은 결국 데이터가 될 것”이라며 “데이터를 잘 정비하고 그 데이터로 어떤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연기관차로 시작한 현대차가 ICT 경쟁에서 초기 순발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그동안 쌓인 차량 제조와 서비스 운영 측면에서 오랜 기간 데이터를 쌓아 왔기 때문에 경쟁사보다 최종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진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그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작지 않은 의미가 있다. 현대차의 첫 여성 사내이사임과 동시에 생산 또는 자동차 기술 부문 임원이 장악해온 이사진에 ICT 부문 임원으로 첫발을 들였다는 것이다.

진 부사장은 이번 선임에 대해 ‘ICT 역량 강화’에 대한 그룹의 방향성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이끄는 ICT 본부는 현대차그룹 내 IT 및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서 간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연동하고 회사 내 사용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한데 모아 표준화해 회사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그는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그룹의 여러 도전은 ICT에 대한 기초 역량이 없으면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ICT 역량을 더 많이 발전시켜야 하는 상황이고 회사의 이런 방향성이 사내이사 선임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했다.

진 부사장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경쟁은 결국 소비자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SDV 목표는 수많은 개발자가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제공할 수 있도록 자동차를 휴대전화와 같은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구글 등과의 협업도 그러한 SDV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일환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첫 번째 여성 사내이사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지만 진 부사장은 회사 내 별도의 여성 임직원 모임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여성들이 모임을 따로 할 필요가 없는 조직이 오히려 바람직한 조직 문화라고 생각한다”며 “저의 사내이사 선임을 보고 ‘여성도 사내이사가 될 수 있구나’라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 부사장은 1991년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하고 KT와 네이버 등을 거쳐 2013년 NHN엔터테인먼트 총괄이사, 2020년 NHN토스트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대차에는 2021년 ICT담당 부사장으로 합류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