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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충전에 520㎞ 주행” 신기술 무장 中 CATL, 韓시장 넘본다

곽도영 기자
입력 2025-04-28 03:00:00업데이트 2025-04-28 09:19:29
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5 상하이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CATL의 ‘5분 충전 520km 주행’ 배터리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상하이=AP 뉴시스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5 상하이 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CATL의 ‘5분 충전 520km 주행’ 배터리 신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상하이=AP 뉴시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최근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배터리 신기술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폭격’을 피해 현대자동차 등 한국 시장을 겨냥하며 2분기(4∼6월) 한국 법인 출범도 공식화했다.

21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CATL은 최근 자체 테크데이 행사에서 자사 대표 제품 ‘선싱(Shenxing)’ 배터리의 2세대 모델을 공개했다. 5분 충전으로 520km 주행이 가능해 중국 현지 경쟁사인 BYD의 470km 기록을 뛰어넘었다.

FT는 “이들은 주요 서구 경쟁사들보다 앞서 나갈 것”이라며 “테슬라는 15분 충전에 200마일(321km), 벤츠는 10분 충전에 325km 주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다만 FT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이 얼마나 빨리 중국 밖으로 이런 기술을 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있다”고 덧붙였다.

CATL은 또 해당 배터리가 그간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로 꼽혀 왔던 추운 지역에서의 성능 저하를 극복했다고 밝혔다. 영하 10도의 저온에서도 15분 만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CATL은 연내 67개 이상의 전기차(EV) 모델에 이 배터리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크데이에서 처음 공개된 나트륨이온 배터리 브랜드 ‘낙스트라(Naxtra)’도 업계의 화제를 모았다. 올해 12월 양산이 목표라고 밝힌 이 제품은 리튬보다 저렴하고 풍부한 나트륨을 사용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화재 위험을 낮춰 안전성을 강화했다. CATL은 테크데이 영상으로 공개한 실험에서 낙스트라 배터리를 드릴로 뚫고 전기톱으로 자르는 등 충격을 가해도 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도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리튬 전지의 새로운 대안으로 검토해 왔으나 에너지 출력이 턱없이 부족해 뒤로 미뤄 뒀던 상황이다. ‘소금 배터리’라고도 불리는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현실화된다면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판도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해당 기술들이 양산에 들어갈 경우에도 수율이 안정될 것인지 등 난관이 남아 있어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 확대 뒤에는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 투입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ATL은 최근 1분기(1∼3월) 보고서를 통해 이 기간 연구개발비로 48억1400만 위안(약 9500억 원)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연간으로 단순 추산하면 약 3조8000억 원의 금액을 투입하게 되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연간 1조882억 원을 R&D에 투입했다. 삼성SDI는 1조2976억 원, SK온은 2770억 원을 투자했다.

CATL은 최근 한국 시장을 노리며 올 2분기 한국 법인 설립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을 피해 한국을 새로운 시장 진출 거점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현대자동차와의 협력을 통해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는 목표다.

현대차와 기아는 국내용 코나 EV, 레이 EV, 니로 EV에 CATL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10월 말 기준 국내 등록 전기차 59만8650대 중 9만1028대(15.21%)가 CATL 배터리를 쓰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올해 1, 2월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CATL 38.2%, BYD 16.9%, LG에너지솔루션 9.8%, SK온 4.7%, 삼성SDI 3.2%라고 밝혔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