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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유럽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 설립… 공급망 강화·EU 규제 선제 대응

김민범 기자
입력 2025-04-29 17:57:00업데이트 2025-04-29 18:13:02
LG에너지솔루션이 해외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본격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1위 메탈 재활용·환경 서비스 기업 ‘데리시부르그(DBG, Derichebourg)와 손잡고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JV)을 설립했다고 29일 밝혔다. 한국 기업과 유럽 기업이 유럽 현지에 배터리 리사이클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장은 프랑스 북부 발두아즈(Val d’Oise)지역 브뤼에르쉬르우아즈(Bruyères-sur-Oise)에 조성된다. 내년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연간 2만 톤 넘는 사용 후 배터리·스크랩(Scrap) 처리 능력을 갖출 예정이라고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설명했다.

신규 합작법인은 현지에서 수거된 사용 후 배터리 및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 스크랩을 안전하게 파·분쇄해 검은 가루 형태 중간 가공품인 ‘블랙매스(Black Mass)’를 만드는 전(前)처리 전문 공장으로 운영된다.

전처리 과정을 거쳐 추출된 블랙매스는 후(後)처리 공정을 통해 리튬이나 코발트, 니켈 등 핵심 메탈로 재생산된다. 이후 양극재 생산과정을 거쳐 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생산시설에 최종 공급되는 흐름이다.

합작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 유럽 생산 거점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으로부터 배터리 공정 스크랩을 공급받는다. 또한 DBG가 프랑스 및 인근지역에서 수거한 사용 후 배터리를 통해 배터리 신제품 생산에 사용하는 주요 원료를 확보한다.
프랑스는 사용 후 배터리 자원 활용이 용이한 지역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판매량이 많고 전자제품 사용량도 많기 때문이다. 유럽자동차공업회(ACEA)에 따르면 프랑스는 지난해 유럽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15%를 차지했다. 배터리 수요가 큰 시장으로 향후 사용 후 배터리 자원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DBG는 프랑스 메탈 재활용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프랑스 전역에 200여 수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프랑스 내에서 사용 후 배터리 자원을 효과적으로 선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사용 후 배터리는 국외 운송이 까다롭고 운송비용도 높아 원활한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배터리 수요가 많은 지역 내 전처리 공장 설립이 중요하다”며 “프랑스에서 이번 협력이 유럽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 확대의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유럽연합(EU) 배터리 재활용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의미를 갖는다. 또한 잠재력 높은 배터리 생태계 구축 가속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EU는 지난해 ‘배터리 및 폐배터리에 관한 규정’을 시행했다. 오는 2031년부터 유럽 내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 비율을 코발트 16%, 리튬 6%, 니켈 6% 등으로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2036년부터는 코발트 26%, 리튬 12%, 니켈 15% 등으로 기준이 상향된다. 배터리 업체와 전기차 업체는 선제적인 투자를 통한 규제 대응이 필수인 상황이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핵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해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도 기대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내 생산부터 판매와 리사이클까지 배터리 전 생애주기에 이르는 자원 선순환 체계를 공고히 해 고객가치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강창범 LG에너지솔루션 최고전략책임자(CSO, Chief Strategy Officer) 전무는 “이번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고 유럽 배터리 리사이클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 분야에서도 차별화된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최고의 고객가치를 구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압데라만 엘 어피어(Abderrahmane El Aoufir) DBG 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환경적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 솔루션 개발이라는 기업 목표를 전폭적으로 뒷받침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와 연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