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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에 치이면 최소 중상…승용차보다 사망 위험 44% 더 높아

박해식 기자
입력 2025-04-30 14:54:00업데이트 2025-04-30 15:23:14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포츠 유틸리티 비히클(SUV)의 인기는 전 세계적 현상이다. 최근 판매 비율은 5대 5 또는 6대 4 정도로 SUV가 세단보다 더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기아차의 올 1분기 전체 판매 차량 중 SUV 비중이 57.7%로 나타나 이 같은 추세를 반영했다.

SUV가 증가하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SUV나 경트럭(light truck vehicle·LTV)에 치인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가 세단 형 승용차에 치인 경우보다 숨질 확률이 44%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린이 보행자의 경우 SUV나 경트럭에 치였을 때 승용차와 비교해 사망 위험이 82% 더 높았다.

영국 런던 위생·열대의학 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과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연구원들은 지난 35년 간 주요 선진국에서 일어난 68만 건 이상의 교통사고를 다룬 기존 24개의 연구를 새롭게 분석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진은 SUV나 LTV에 치인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의 부상 심각도를 승용차에 치인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의 부상 심각도와 비교했다. 경트럭(LTV)은 SUV, 소형 밴, 픽업트럭을 아우르는 차량 범주다. 연구진은 SUV만 따로 떼어 승용차와 비교했을 때도 위험도 증가가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SUV와 LTV는 승용차에 견줘 더 넓고 더 높고 더 무거운 게 특징이다.
연구자들은 SUV나 LTV에 치인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가 승용차에 부딪혔을 때보다 더 심각한 부상을 입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든 연령대에서 SUV에 치인 사람의 사망 위험이 승용차에 치인 사람보다 44% 더 높았다. 어린이의 사망 위험은 82%까지 증가했고, 10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에는 130%로 더욱 올라갔다.

SUV나 LTV에 치였을 때 심각한 부상(죽거나 중상)을 당할 위험을 가벼운 부상과 비교하면, 성인은 24%, 어린이는 28% 더 높았다. 이러한 영향은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전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위험 증가의 주요 요인은 SUV와 LTV의 차량 앞부분이 더 높고 뭉툭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차체가 높으면 성인의 경우 무릎이 아닌 골반을, 어린이의 경우 골반이 아닌 머리에 직접적인 충격을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가 차량 앞쪽으로 튕겨나가 쓰러지며 2차 충격을 받거나 차량에 깔리는 경우가 많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연구자들은 현재 SUV 관련 교통사고 비중이 미국에선 약 45%, 유럽에선 약 20%라고 추정한다. 아울러 모든 SUV가 승용차로 대체된다면 교통사고 사망자(보행자+자전거 운전자) 수가 미국에서 약 17%, 유럽에서 1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진은 SUV와 같은 차체가 높고 덩치 큰 차량의 설계 개선(운전자의 시야 개선 , 보행자 접근 시 자동 작동 긴급 제동 시스템, 부상 심각성을 줄이는 재질로 된 범퍼 및 보닛 설계 등)과 같은 안전성 강화와 함께 대형 차량 도심 진입 제한 등의 정책적 도입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협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부상 예방(Injury Prevention)에 발표했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