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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부품 1차협력사 영업익 11.7% 줄어… 美관세로 더 큰 타격 우려

한종호 기자
입력 2025-05-12 03:00:00업데이트 2025-05-12 03:18:47
지난해 자동차부품 1차 협력사들이 부진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관세의 영향이 완성차 업계 전반에서 가시화되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부품업계는 올해도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된 자동차부품 1차 협력사 83곳(현대모비스·현대위아 제외)의 영업이익이 3조4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기 둔화와 내수 침체로 완성차 업황이 저조했던 것이 부품업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의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794만7170대로 전년보다 0.6% 감소했다. 특히 내수 판매량은 6.4% 줄어든 135만8842대에 그쳤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114만5000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이달 3일부터 자동차 부품에까지 관세 부과 범위를 확대하면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부품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자동차 부품 대미 수출 비중은 2020년 29.5%에서 지난해 36.5%로 늘며 대미 의존도가 커졌다.

이에 더해 완성차 업계가 관세 여파로 생산 감소와 실적 악화에 직면할 경우 공급망이 긴밀하게 연결된 부품업계에 추가적인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세 영향은 완성차 업계 전반에서 이미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국내 생산량은 올해 1∼4월 139만6260대로 전년 동기(141만5755대) 대비 1.4% 감소했다.

향후 자동차 가격 인상 가능성도 부품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앞서 현지(미국)에 확보해 둔 재고를 활용해 다음 달 2일까지 가격을 동결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시장”이라며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자동차 가격이 인상될 경우 공급망에 참여하는 부품업계도 함께 부담을 떠안으며 수익성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 업계는 우선 현지 생산 확대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미 조지아주에 완공한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을 본격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현지 생산량이 늘면 반대로 국내 생산량이 줄어 국내서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협상력이 떨어지는 2, 3차 협력 업체들은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영세한 2, 3차 협력업체들의 경우 1차 협력사처럼 완성차 업체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 따라 나가기 어려워 현지화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영업이익률도 1∼2% 미만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적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한종호 기자 hj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