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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지엠… 공장부지 매각에 노사 갈등까지 ‘산 넘어 산’

김재형 기자
입력 2025-06-13 03:00:00업데이트 2025-06-13 11:00:27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25% 수입차 관세가 제너럴모터스(GM) 글로벌 전략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면서 한국지엠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GM 본사는 멕시코 생산 물량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지엠은 비용 절감을 위한 대규모 자산 매각을 결정한 데 이어 노조 지부장 해임을 통보하면서 노사 간 대립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 GM 본사, 대규모 투자로 ‘미국 우선’ 가속화

GM은 10일(현지 시간) 향후 2년간 미국 3개 공장에 총 40억 달러(약 5조5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 캔자스주 페어팩스 공장,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을 증설해 연간 200만 대 이상의 미국 내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멕시코 생산 물량의 미국 이전이다. GM이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 중인 쉐보레 블레이저는 2027년부터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에서, 쉐보레 이쿼녹스는 캔자스주 페어팩스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멕시코 물량 중 약 50만 대가 미국으로 이전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미국 일자리를 지원하겠다는 GM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자동차와 수입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직접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차학과 교수는 “멕시코, 캐나다 등지에 퍼져 있는 GM의 생산 역량을 미국으로 결집하면서 관세 대응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라며 “본사 차원의 이런 글로벌 생산망 재편 움직임은 국내 총생산량의 약 85%를 미국으로 수출하는 한국지엠의 위기감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했다.

● 한국지엠, 자산 매각 결정 이어 노조 지부장 해임

GM 본사의 적극적 투자와 대조적으로 한국지엠은 축소 경영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달 28일 한국지엠은 전국 9개 직영 서비스센터와 부평공장 유휴 시설·부지 매각 계획을 발표했다. 사측은 “관세 대응 차원의 비용 절감을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노조는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상황은 노조 지부장 해고 통보로 더욱 악화했다. 본보 취재 결과 한국지엠은 11일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안규백 지부장에게 공문으로 해고를 통보했다. 안 지부장은 2020년 공장 가동 중단 사태로 징계해고 처분을 받았고, 올해 2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노조 측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안 지부장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임금협상 와중에 해고 통보를 한 것은 노조를 압박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지엠 측은 “인사 관련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고 했다.

업계는 한국지엠의 현 상황을 2028년 정부와의 재협상을 겨냥한 압박 전술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지엠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한국산업은행으로부터 81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으며 10년간 국내 사업 유지를 약속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차 생산을 위해서는 2∼3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GM이 한국 공장을 유지하기 위해 위기를 부각하며 정부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던지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며 “안팎의 압박으로 한국지엠 내부의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