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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자극적인 ‘혼다 모터사이클’

이천=정진수 기자
입력 2025-06-17 17:14:00업데이트 2025-06-17 23:50:12
대한민국 15년 차 직장인의 하루는 짧고, 일 년은 더 빠르다. 일과 가정 사이를 부지런히 오가다 보면 스스로를 위한 시간은 한참 뒤로 밀려 있다. 그 공백은 체감조차 되지 않는 세월이 채운다. 대부분은 이 공허함을 은퇴 즈음에야 자각하곤 한다.

지난 13일 찾은 경기도 이천 외곽의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 이곳은 잠시 일상을 멈추고,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생전 처음 수동 바이크에 올라 교육을 받는 동안 머리는 라이딩을 배우고 있었지만, 마음은 인생의 속도와 방향을 되짚어 냈다. 일상을 숨가쁘게 달려온 이들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고, 막연했던 도전을 실제 행동으로 바꿔주는 모터사이클 교육장이었다.

서울에서 약 1시간30분 거리. 수도권 어디에서든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이곳은 국내 최대 규모 모터사이클 안전운전 전문 교육기관이다. 총 2400평의 부지에 1200평 규모 실외 교육장을 갖춘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비가 오는 날에도 어김없이 문을 열고, 각 클래스 마다 최대 10명의 참가자들을 맞이한다.

교육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총 7시간 진행된다. 전담 강사와 오리엔테이션 이후 보호장비 착용, 기본 조작 설명, 실습, 점심, 심화 실습, 마무리 교육까지 이어진다. 기자는 이날 ‘비기너 코스’ 부문에 참가했다. 여기서는 출발과 정지 미숙, 기어변속 미숙에 대한 심화 과정을 다룬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일본 현지에서 혼다 안전운전 지도자 연수 수료 및 관련 자격을 취득한 숙련된 인스트럭터가 이론과 실습 교육을 맡는다.

처음 마주한 매뉴얼 바이크는 혼다 MSX 그롬. 125cc 혼다 모터사이클 입문용으로 유명한 차다. 차에 오르기 전 가장 기초적인 것부터 짚고 넘어갔다. 시동 거는 것도 생소했다. 키를 꼽고 우측으로 가볍게 돌리고, 클러치와 감속페달을 조작한 뒤 시동 버튼을 2~3초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이 때 왼쪽 핸들에 위치한 클러치를 서서히 놔야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 클러치의 3분의 2 지점부터 서서히 차가 움직이는데 이때 오른쪽 핸들의 스로틀을 mm 단위로 조작하면 부드럽게 앞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교육 차량인 MSX 그롬에 앉으면 왜소한 겉보기와 달리 무게감이 느껴진다. 실제로 무게 105kg 차를 쓰러뜨리고 세우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교관 지시대로 쓰러진 차량의 핸들을 우측 방향으로 틀고 두 손 모아 몸통으로 일어서자 원상복구를 쉽게 할 수 있었다.

연료 잔량 확인도 신경 써야 했다. 실제 도로에서 연료가 부족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터사이클 연료 탱크 특성 상 연료 표시 게이지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게 교관의 설명이었다. 이를 위해 차량을 좌우로 흔들어 연료량을 파악하고, 차체를 살짝 기울여 잔량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요령을 배웠다.

이날 교관이 가장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자세였다. 감가속에 따른 시트포지션의 위치와 니그립(무릎 안쪽을 바이크에 붙이는 자세)을 특히나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출발·정지·제동, 방향 전환을 위한 시선 처리, 장애물 회피와 저속 주행 등 라이딩의 가장 기초적인 기술들을 하나하나 몸에 익히며 자신감을 쌓아갔다.

하지만 방향을 전환할 때 핸들보다 먼저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개념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반복된 시도 끝에, 어느새 자연스럽게 코너를 돌며 작은 성취감과 함께 도전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감정을 느꼈다. 오후 교육은 더 실전적이었다. 가속 후 제동, 균형 잡기, 유턴, 오르막길 출발 등 고난도 훈련이 이어졌다.

교육이 끝난 뒤에는 ‘세이프티 레인보우 마크’ 배지를 받았다. 입문부터 고급까지 총 4단계 교육마다 배지 디자인이 달라, 하나씩 모아가는 즐거움도 있다. 이날 단 하루의 교육만으로 성과를 낼 수 없겠지만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라는 뿌듯함을 안겨준 하루였다. 이곳은 단지 안전하게 타는 법을 알려주는 곳이 아니라, 다시 시동을 걸 수 있는 용기를 일깨워주는 곳이었다.

혼다 에듀케이션 센터는 국내 최초로 학원법에 따라 인가받은 공인 모터사이클 교육기관이다. 표정연 혼다코리아 홍보 책임은 “경기도 교육청과 수개월에 걸쳐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며, 수강생 안전을 위한 보험 체계와 운영 기준을 갖췄다”며 “센터는 연간 1500명의 교육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올해 4월에는 교육 정원의 80% 이상이 조기 마감됐다”고 말했다. 여성 참가자 비율도 20%를 넘으며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세종·대구·충북 등 먼 곳에서 찾아온 참가자들도 있다. 교육비는 전 과정 동일하게 27만 원, 모터사이클과 보호장구는 무료로 제공된다.

교육은 총 5가지 코스로 구성돼 있다. ▲비기너 스쿠터 코스는 기본 주행이 미숙한 고객에게 적합한 교육이다. ▲비기너 매뉴얼 코스는 출발·정지 및 기어 변속이 익숙하지 않은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점검 승차 자세 회전 브레이크 연습 등 매뉴얼(수동) 모터사이클 라이딩에 필요한 기본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타운 라이더 코스는 출발·정지 및 기어 변속이 능숙한 고객을 대상으로 워밍업부터 각종 슬라럼, 저속 밸런스 등 라이딩의 기초 테크닉을 교육한다. ▲투어 라이더 코스 ▲테크니컬 라이더 코스는 하위 코스를 수료한 고객이 수강할 수 있다. 

혼다는 1962년 스즈카 서킷을 건설하며 세계 최초로 민간 대상 안전교육을 시작했다. 1970년 ‘세이프티 레인보우 마크’를 만들고, 1971년에는 인스트럭터 20명과 보급 지도원 2500명을 양성하며 전 세계로 안전 교육을 확산해왔다. 특히 2021년에는 2030년까지 제품 사용자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감축, 2050년까지 제로(Zero) 달성이라는 글로벌 비전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혼다는 17개국 43개 거점에서 이 안전운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