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 업체인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가 미국의 관세를 우회하기 위해 현지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는 만큼 정부 의지 외에도 기업 지원을 위한 실질적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실 직속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 13일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했다. 국정위는 자동차 산업을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함께 3대 주력 산업으로 분류, 글로벌 7위인 국내 자동차 생산량을 2030년까지 5위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계획안에 담았다.
작년 韓 생산량 412만대, 7위로 추락…5위 격차 30만대 “불가능한 목표 아냐”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20년 글로벌 5위까지 올라갔다 2022년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7위까지 밀려났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한 412만 대를 기록, 멕시코(420만 대)에 밀려 글로벌 7위로 한 계단 하락했다. 2022년 376만 대 생산으로 독일(379만 대)에 5위를 내준 데 이어 2년 연속 유지했던 6위 자리마저 지난해 멕시코에 내준 셈이다.
업계는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연쇄 효과가 큰 만큼 국내 생산량 증대로 경제 회복을 꾀하려는 신임 정부의 방향성에 대체로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글로벌 5위란 목표도 비교적 현실적인 순위다.
지난해 5위는 독일로 442만 대를 생산했는데, 우리와의 격차가 30만 대 정도에 그쳤다. 반면 4위(인도·601만 대)나 3위(일본·823만 대), 2위(미국·1056만 대)와의 격차는 수백만 대에 달했다. 1위는 3128만 대를 생산한 중국이 차지했다.

현대차·기아 美 생산 70만→120만대 확대…‘42만대’ 한국GM 철수설 재점화
그러나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부과(한국 15%)로 현대차·기아가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5위 복귀는 도전적 목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 3월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HMGMA) 준공식을 개최했다. HMGMA는 연간 5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춰 현대차·기아의 미국 생산은 지난해 70만대 수준에서 120만대까지 확대한다. 미국 생산 확대로 국내 생산 물량 조정은 불가피하다. 양사는 지난해 340만 대를 국내에서 생산해 이 중 101만 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85%에 달하는 GM 한국사업장(한국GM)의 운명도 국내 자동차 생산량을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 한국GM은 지난해 49만 대를 생산했는데, 이 중 42만 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한국GM은 소형차 기지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 GM 본사와 현대차가 중남미용 소형차를 공동 개발해 2028년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히자, GM의 한국 철수설은 재점화했다. 공동 생산 개시 시점은 우리 정부의 공적자금으로 보장된 사업 유지 시한(2027년)과 1년 차이다.

美 車관세 15%, 연간 부담 7조원 이를듯…李 약속 ‘한국판 IRA’ 내년 시행 ‘보류’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HMGMA 생산이 본격화되고 GM 한국 철수가 현실화하면 최악의 경우 국내 자동차 생산량 300만 대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우리 정부의 정책 지원금과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 비용을 저울질해 국내 생산량을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대미 수출액은 366억 달러(약 50조 원)다. 여기에 미국 자동차 관세 15%를 적용하면 연간 완성차 업계가 부담할 비용은 54억 달러(약 7조 6000억 원)로 추정된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정책적 혜택이 최소 7조 원대는 돼야 국내 완성차 업계의 미국행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자 시절인 지난 2월 충남 아산의 현대차 공장을 방문해 국내 자동차 산업 공동화 위험을 막겠다며 ‘국내생산촉진세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지난 6월 생산량에 비례해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국정위에 보고했다.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불리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통상 마찰 우려에 내년도 세제개편안에서 제외된 상태다. 적용 산업과 구체적인 세액 공제 비율 역시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