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BMW 급발진 배상’ 5년만에 뒤집혔다…대법 “페달 오조작 가능성”

송혜미 기자
입력 2025-08-29 13:34:40 업데이트 2025-08-29 14:49:55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가 보이고 있다.  서울=뉴시스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가 보이고 있다. 서울=뉴시스
급발진 의심 사고로 60대 부부가 숨진 ‘BMW 역주행 사고’와 관련해 BMW코리아에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심 법원이 급발진 사고와 제조사의 책임을 처음 인정했지만, 5년 만에 뒤집힌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지난달 18일, 사고 운전자의 자녀들이 BMW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사고는 2018년 5월 4일 오전 11시경 충남 논산 방면 호남고속도로에서 발생했다. BMW 승용차를 몰던 A 씨(66)가 시속 200㎞로 약 300m를 역주행하다 가드레일을 들이받아 숨졌다. 조수석에 있던 남편도 함께 사망했다.

사고 이틀 전 A 씨의 자녀는 장거리 운행을 앞두고 차량 점검을 BMW 측에 의뢰했고, 정비를 마친 차량을 돌려받아 어머니에게 전달했다. 사고 직후 유족은 “정상적으로 운행하던 차량이 급발진했다”며 BMW가 유족 1인당 4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자동차 결함이나 급발진으로 사고가 났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달랐다. 당시 재판부는 A 씨가 비상등을 켠 채 갓길을 달리는 등 정상 운전 정황이 확인됐고, 건강상 문제나 과속 전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BMW의 책임을 인정했다.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제조사에 배상 책임을 물은 첫 사례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를 다시 뒤집었다. “A 씨가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사실을 원고가 입증하지 못한 이상 운전자 오조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2심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엔진 결함 가능성을 제시한 부분에도 법리 오해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엔진 결함과 브레이크 기능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단순한 가능성만으로 정상 운전을 증명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