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아(000270)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5의 ‘가속 제한 보조’(Acceleration Limit Assist) 기능이 작동한 순간이었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선보인 기술로 의도치 않은 급가속 시 안전 주행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김진욱 기아 차량구동제어개발1팀 책임연구원은 “개발 기간을 고려했을 때 가장 빠르게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차종으로 EV5가 선택됐다”며 “속도 외 조건은 내비게이션 정보를 기반으로 도로마다 다르게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 도로 주행 데이터 약 23만건을 분석해 결정한 작동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기아가 최근 국내 시장에 출시한 EV5는 C세그먼트에 속하는 준중형 전기 SUV로 스포티지와 비슷한 크기다. 패밀리카 수요가 절대적으로 높아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기아 역시 전동화 라인업의 ‘허리’라고 소개하며 판매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시승은 경기 하남에서 출발해 경기 가평의 한 카페를 찍고 돌아오는 왕복 약 90㎞ 구간이다. 교외의 한적한 길과 고속도로 등 비교적 단조로운 코스로 차량의 성능을 100% 체험하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출발지에서 마주한 EV5는 친숙한 모습이었다. EV3와 EV9 등 기존 전기차의 디자인을 전체적으로 계승하면서도 SUV 특징을 강조했다.
외관 전면부는 넓은 보닛의 강인한 모습과 수직으로 배열된 LED 헤드램프와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을 적용한 주간주행등(DRL)이 세련된 모습을 연출했다. 측면은 선이 굵은 박시한 스타일이며, 후면부는 수직 수평으로 길게 뻗는 리어콤비 램프와 넓은 테일게이트 디자인으로 SUV의 공간감을 잘 표현했다.

실내는 넉넉했고, 패밀리 SUV 특징을 구석구석 잘 살렸다. 다만 앞유리와 천정을 연결하는 부분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위의 마감 품질은 아쉬웠다.
차량은 스티어링 휠 뒤편에 칼럼 타입 전자식 변속 레버를 장착했다. 12.3인치 클러스터 및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와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를 하나로 묶은 대형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모던하면서도 미래적인 느낌을 줬다. 공조 버튼은 송풍구 아래 물리 형태로 둬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했다.
1열보다는 2열이 인상적이었다. 2열은 풀플랫 시트를 적용해 차박 등 활용도를 높였고, 슬라이딩 방식으로 여닫을 수 있는 확장형 센터콘솔을 적용하고 2열 냉난방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했다. 1열 시트 후면부에 탑재한 시트백 테이블은 견고해 기대 이상이었다. 레그룸과 헤드룸은 여유로웠다.

주행 성능은 일상 주행에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이 있으나, 탑승객에게 불편함을 주지는 않았고 회생 제동은 0~3단계와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었다. 회생제동 단계에서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가·감속, 정차 등이 가능한 아이-페달 3.0 기능도 탑재했다. 주행 모드는 에코, 일반, 스포츠 등으로 변경할 수 있으나, 모드에 따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차량은 중국 CATL의 용량 81.4㎾h NCM 배터리를 탑재했다. 160㎾급 전륜구동 모터와 후륜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갖췄으며, 최고 출력 160kW와 최대 토크 295Nm의 성능을 발휘한다. 1회 충전으로 최대 460㎞ 주행이 가능하며 복합 기준 공인 전비는 ㎾h당 5.0km다. 이날 실제 기록한 전비는 6.6㎞/㎾h로 1회 충전 500㎞ 이상 주행도 가능할 것 같았다.
가격은 롱레인지 기준 트림별로 △에어 4855만 원 △어스 5230만 원 △GT 라인 5340만 원이다. 기아는 보조금 적용 시 에어 트림은 4000만 원 초반대(서울시 기준)에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안내했다.
(하남=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