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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현대차 ‘하이브리드’로 정면돌파

김재형 기자
입력 2025-10-01 13:15:41
3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 왼쪽)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3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준공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 왼쪽)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현대자동차 제공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최대 7500달러)가 1일부로 공식 종료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략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당초 2032년까지 유지될 예정이었던 세액공제 혜택이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전기차 정책으로 6년 이상 앞당겨 이날 폐지됐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는 IRA 종료로 관련 지원 정책이 폐지될 경우 한국 전기차의 미국 내 연간 판매량이 최대 4만5000대(약 2조7515억 원 규모)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NBER) 역시 같은 이유로 미국 내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약 27%(31만7000대)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며, 미국 전기차 시장의 큰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발 빠른 전기차 전환 전략으로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을 확대해온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시장 공략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그룹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합산 판매량은 2021년 1만9590대에서 2024년 12만3861대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올해 1~8월 판매량은 7만2752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하며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반면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같은 기간 19만8807대를 기록하며 47.9% 급증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하이브리드 생산 비중을 당초 30%에서 최대 5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뉴욕 투자자의 날 행사 후 가진 미디어 간담회에서 “새로운 도전과제를 새로운 기회로 삼자는 선조 회장님의 철학을 도입했다”며 “IRA 이슈를 포함해 많은 고난의 과정을 통해 회복력이 더 강화됐다”고 밝혔다.

다만 하이브리드 물량 대부분이 현재 국내에서 수출되는 만큼 당분간 고관세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한미 양국이 자동차 품목관세를 25%에서 15%로 조정하기로 했지만 아직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여전히 25%가 적용되는 반면, 미국은 9월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춰 한일 간의 관세 역전까지 일어났다.

이에 대해 무뇨스 CEO는 “일본이 낮은 관세로 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며 “현대차는 경쟁적 환경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데 익숙하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게 궁극적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한일 관세 역전이라는 이중 악재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이 하이브리드와 조지아 공장 증설로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 전략”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는 판매량과 수익성 모두에서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