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호주오픈 대회 기간 기아차 스팅어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라파엘 나달. 동아일보DB지난달 23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21년 동안 이어지면서 전 세계 스포츠계에서도 손꼽히는 파트너십으로 유명한 기아와 라파엘 나달(Rafael Nadal)과의 공식 후원 파트너십 조인식이 기아의 브랜드 체험 공간에서 열린 것인데요.
기아는 스페인 출신으로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가 된 나달을 2004년부터 후원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후원 기간 나달은 22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포함한 업적들을 달성하면서 ‘테니스 레전드’의 반열에 올라섰는데요.
나달이 지난해 은퇴를 했음에도 기아는 나달에 대한 후원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모빌리티 업계에서 핵심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꼽히는 스포츠 마케팅을, 나달을 비롯한 주요 테니스 스타를 중심으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송호성 기아 사장과 라파엘 나달이 파트너십 연장 조인식 미디어 Q&A 세션에서 얘기하는 모습. 기아 제공● 기아, 은퇴한 나달과 후원 계약 연장
이날 기아는 ‘앞으로의 여정’(The Road Ahead)이라는 이름으로 이날 행사를 꾸렸습니다.
기아와 라파엘 나달이 그간 함께해 온 궤적과 더불어 새로운 시작을 맞은 파트너십이 만들어갈 미래를 보여주는 자리라는 설명인데요.
12년 만에 한국을 찾은 나달은 “선수 시절에는 일정이 바빠 한국에 못 왔지만, 작년 10월 은퇴 후 드디어 올 수 있었다”라며 “21년 전 기아의 스폰서십 제안을 받고 광고 촬영을 가던 순간이 생생히 기억나는데 오랜 시간 저에게 보내준 신뢰에 감사하며 저도 기아의 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운전면허도 없던 17살에 먼저 손을 내밀어준 기아에 대한 고마움을 전한 것인데요.
이날 송호성 기아 사장은 “나달과 기아는 2004년 파트너십 계약을 맺은 이후 열정·투지 등의 정신으로 함께 성장하고 전 세계인들에게 테니스라는 스포츠가 가진 역동성과 매력을 알려 왔다”며 “나달과 함께할 앞으로의 여정 동안 기아는 나달과의 진솔한 우정을 바탕으로 전 세계 테니스 팬·유망주들에게 희망과 동기를 부여하고 고객들과 긍정적 영감을 끊임없이 공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송호성 기아 사장과 라파엘 나달이 서울 성동구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 전시된 파트너십 관련 전시물을 함께 관람하는 모습. 기아 제공● 나달, 메이저 대회 22차례 제패
나달과 기아 모두가 20년 이상의 장기 파트너십에 만족해하면서 이를 더 이어나가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이 파트너십의 성과이겠습니다.
나달은 기아의 지원을 받으면서 통산 22회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커리어 내내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등 4개의 메이저 대회를 22차례나 제패해 자신을 입증해 낸 것인데요.
클레이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는 무려 14차례나 우승하면서 ‘흙신’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코치를 포함한 팀과 함께 세계를 여행해야 하는 투어 생활에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나달의 커리어 초반에 기아의 후원은 큰 힘이 됐을 수 있습니다.
나달이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이후에는 기아로부터 더 큰 금전적인 지원을 받게 됐을 텐데요.
프로 선수로서 지속적으로 큰 수입을 거두는 데는 상금 못지않게 이런 스폰서십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 전시물로 꾸며진 라파엘 나달의 기록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기아, 차 판매량 20년 만에 1.5배로
나달을 후원하는 기간 기아도 큰 성장을 기록하면서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발돋움했습니다.
2004년 기아자동차는 101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던 브랜드였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당시의 3배에 이르는 309만 대의 차를 판매한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이 기간 기아는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디자인과 성능을 꾸준히 개선시켜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전기차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고 목적 기반 차량(Purpose Built Vehicle)인 ‘PV5’를 출시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대전환기에 선도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아가 올해 9월 호주 북동부 퀸즈랜드의 딜러사에서 개최한 ‘100만대 판매 달성 기념식’의 모습. 기아 제공● “스팅어가 매우 좋다”는 나달
이날 행사에는 나달이 타는 기아의 차들에 관한 얘기도 나왔는데요.
나달은 자신이 그동안 탔던 차량으로 스포티지와 쏘렌토 등을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EV6를 거쳐 지금은 EV9을 타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특히, 혼자 운전할 때 차는 차량으로는 스팅어를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단종된 차량이지만 여전히 소유하고 있고 직접 몰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2017년 출시돼 2023년까지 생산된 스팅어는 기아뿐만 아니라 국산 차를 대표하는 스포츠 세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후륜구동 기반의 탁월한 주행 성능으로 국내외에서 호평받으면서 기아의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인 차량으로도 꼽힙니다.
스포티지부터 스팅어까지. 이날 나달은 기아로서는 그 모델 자체가 하나의 ‘헤리티지’라고 할 수 있는 차들을 직접 언급하고 애정을 드러내면서 21년간의 파트너십이 얼마나 견고한지를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 2023년 스페인 마드리드 IFEMA 컨벤션센터에서 기아가 라파엘 나달에게 EV9 GT라인 모델을 전달하는 모습. 기아 제공● 나달, 우승 부상으로 벤츠 받고도 ‘기아가 좋아’
기아와 나달의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는 2015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벌어진 일도 유명한데요.
2015년 6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열린 메르세데스컵에 출전한 나달은 빅터 트로이츠키를 꺾고 또 한 번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본사가 자리 잡은 곳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는 우승 부상으로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차량이 주어졌는데요.
500마력이 넘는 8기통 바이터보 엔진의 노란색 AMG GT 차량 운전석에서 가속 페달을 밟으며 공회전까지 해본 다음에 나달이 꺼낸 멘트가 바로 “기아보단 못하지만 괜찮네요” 였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앞마당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자신과 기아의 스폰서십을 함께 언급한 나달의 얘기에 관중들도 즐겁게 웃으며 훈훈하게 마무리된 장면인데요.
기아의 후원을 받으면서 다른 브랜드의 차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을 앞두고, 나달로서는 미리 고민해서 준비했던 멘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기아가 라파엘 나달과의 파트너십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 성동구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 마련한 팝업 공간의 모습. 기아 제공● 테니스, 완성차 브랜드 마케팅의 각축장
이 장면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실 테니스는 주요 자동차 브랜드가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대표적인 스포츠 가운데 하나인데요.
기아의 경우 나달뿐만 아니라 4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하나인 호주오픈에서도 2002년부터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브랜드의 이같은 테니스 사랑은 네트에 걸리는 자동차 브랜드 로고로 대표되는데요.
올해의 경우 프랑스오픈은 르노, US오픈은 캐딜락이 주요 후원 브랜드로 참여하면서 이들 대회 기간 테니스 코트 네트에 자신들의 브랜드를 걸었습니다.
올해 US오픈 레전드 매치 이벤트에서 킴 클리에스터스(오른쪽)와 패트릭 래프터가 경기하는 모습. 네트에 캐딜락 로고가 보인다. US오픈 조직위 제공여기에는 잠재적인 자동차 구매 고객으로 테니스 팬들을 공략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도 깔려 있겠습니다.
실제로 기아는 올해 호주 시장에서 진출 37년 만에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하기도 했는데요.
테니스의 인기가 매우 높은 호주에서 호주오픈을 장기간 후원하면서 공을 들인 기아는 약 7%에 이르는 시장 점유율을 보이면서 주요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상황입니다.
● 테니스 스타들, 자국 브랜드 파트너십 선호
이런 가운데 기아가 나달이라는 ‘우량주’를 잡을 수 있었던 데는 나달이 스페인 선수라는 점이 중요한 이유일 수 있습니다.
스페인에는 이렇다 할 완성차 브랜드가 없기 때문에 나달의 입장에서는 해외 기업인 기아와의 파트너십이 껄끄럽지 않을 수 있는 것인데요.
기아의 호주법인이 호주를 대표하는 왕년의 미남 테니스 스타, 패트릭 래프터를 브랜드 앰배서더로 기용할 수 있는 것도 호주에 이렇다할 완성차 브랜드가 없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점은 최근 남자 테니스계의 새로운 라이벌로 떠오른 카를로스 알카라스와 얀니크 신네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역시 스페인 선수인 알카라스는 독일 BMW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반면 이탈리아 선수인 신네르는 이탈리아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알파 로메오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요.
자신의 나라에 유명한 완성차 브랜드가 있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이 브랜드의 후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탈리아 선수인 얀니크 신네르는 자국 브랜드인 알파 로메오의 브랜드 앰배서더로 활약하고 있다. 알파 로메오 제공● 페더러-메르세데스벤츠도 2008년부터 파트너십
‘테니스 황제’ 페더러 역시 자국 완성차 브랜드가 없는 스위스 출신으로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메르세데스벤츠의 후원을 받고 있습니다.
페더러는 메르세데스벤츠와는 2008년부터 20년에 가까운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메르세데스벤츠는 2017년부터 페더러가 창설을 주도한 레이버 컵(Laver Cup) 테니스 대회를 후원하면서 이 대회에서 페더러가 G-클래스, EQS 등 대회 공식 차량의 홍보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로저 페더러가 갖는 완벽을 추구하는 열정과 승리에 대한 의지가 메르세데스-벤츠의 브랜드 가치와 부합해 자동차 산업과 테니스계에서 최고를 상징하는 두 브랜드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하는데요.
기아가 나달과의 파트너십에서 열정과 투지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을 브랜드 마케팅과 연결 짓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로저 페더러가 레이버 컵 테니스 대회를 계기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EQS를 홍보하는 모습.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제공● “나달의 품성과 인성을 보고 계약… 함께 성장”
기간이 길긴 하지만 사실 페더러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파트너십은 페더러가 이미 최정상의 선수로 자리매김한 이후에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기아와 나달의 파트너십은 나달이 모두의 주목을 받기 훨씬 전에 시작됐습니다.
기아는 나달의 빛나는 미래를 미리 알아봤던 것일까요?
저는 이번 행사에서 여기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그 답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송호성 기아 사장은 스폰서 계약을 맺을 당시에 선수가 이렇게 성장할 것을 알고 계약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럼에도 나달과 교류하면서 그의 겸손함을 느꼈고 이를 바탕으로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는데요.
나달이 ‘아침마다 내가 뭐를 발전시켜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겸손한 선수이고 이런 열정과 노력으로 정상을 유지할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을 보면서 파트너십을 맺었고 그렇게 나달과 기아가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실제로 이날 나달은 “(플레이 스타일이) 조금 비전통적이고 독특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나는 커리어 내내 끊임없이 스스로를 개선하려고 노력해 왔다”며 “꾸준한 노력과 열정, 그리고 올바른 태도를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도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기아와 나달의 오랜 파트너십을 보여주는 전시물들을 충실하게 준비한 서울 성동구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 팝업 공간은 오늘까지만 운영됩니다.
이들의 멋진 파트너십과 그 성취가 궁금한 분들은 한번 찾아보셔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 성동구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 전시물로 꾸며진 라파엘 나달의 커리어.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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