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프리미엄 수입차 시장에서는 정반대 흐름이 나타난다. 포르쉐가 대표적 사례다. 이질감 없는 디자인과 레이싱 DNA라는 확실한 구매 동기가 소비자 선택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포르쉐는 한국을 글로벌 전동화 핵심 성장 시장으로 끌어올린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출시될 카이엔 일렉트릭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점유율은 ▲2022년 9.8% ▲2023년 9.3% ▲2024년 9%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둔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포르쉐코리아는 고급차 시장에서 전기차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신규등록 자료에 따르면 포르쉐코리아는 2025년 3분기까지 8345대를 인도하며 전년 대비 38.1% 증가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8284대)를 이미 넘어선 수치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의 전동화 판매 비중은 눈에 띄게 높다. 2025년 3분기 기준 포르쉐 판매 59.4%가 전동화(PHEV+BEV) 차량이다. 순수 전기차만 31.8%(2580대)에 달한다.
포르쉐코리아 판매 구조는 불과 4년 만에 재편됐다. 지난 2020년 89:10:1(내연기관: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에서 2024년 72:14:14를 거쳐 급속히 변화했다. 이는 국내 전기차 점유율이 10% 전후에서 정체된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특히 기존 타이칸(1437대)의 안정적인 수요 유지와 올해 판매가 시작된 마칸 일렉트릭(1143대) 시장 안착이 판매 확장 발판이 됐다.

이처럼 고도화되는 한국의 전동화 수요는 카이엔 일렉트릭 국내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견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포르쉐는 지난달 자사 세 번째 순수 전기차인 카이엔 일렉트릭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공급하는 113kWh고전압 배터리에는 최적의 열 관리를 위한 양면 냉각 기술이 적용된다. 이를 통해 신형 카이엔은 최대 623㎞(WLTP 기준) 주행이 가능하다.
초급속 충전(390㎾급)을 이용하면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16분이 걸린다. 단 10분 충전만으로 315㎞(터보 기준) 주행 가능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포뮬러 E 기술을 도입한 600㎾ 고효율 에너지 회생 기능 역시 경쟁차와 차별화한 부분이다. 일상 주행에서는 약 97%의 제동이 회생 제동만으로 가능하다. 포르쉐 최초로 무선 충전도 옵션으로 지원한다. 최대 11kW로 충전 가능한 충전 시스템은 차량을 플로어 플레이트 위에 주차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된다.
포르쉐 특유 모터스포츠 기술은 실생활 주행·장거리·오프로드 등 다양한 환경을 아우를 수 있다. 카이엔 터보의 경우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2.5초, 200km/h까지는 7.4초가 걸린다. 새롭게 개발된 드라이브 시스템으로 더욱 강력한 e-퍼포먼스를 발휘해 런치 컨트롤 시 최고출력 1156마력, 최대토크 153.0kg·m을 발휘한다.

포르쉐는 카이엔 일렉트릭에 브랜드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플로우 디스플레이를 도입했다. 우아한 커브드 OLED 패널이 센터 콘솔과 매끄럽게 이어지며 디스플레이와 콘솔 영역을 명확하게 분리한다. 여기에 14.25인치 OLED 풀 디지털 계기판과 옵션 사양의 14.9인치 조수석 디스플레이까지 더해 포르쉐 역사상 가장 넓은 연속형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카이엔에서는 최초로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들어간다.
카이엔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모델보다 55mm 더 길어져 전장은 4985mm, 전폭은 1980mm, 전고는 1674mm이다. 가장 큰 차이는 휠베이스(3023mm)로 약 130mm 증가해 뒷좌석 탑승자에게 이전보다 더 넉넉한 레그룸과 편의성을 제공한다. 전동식 조절 기능의 리어 시트는 기본 사양이다. 안락한 승차 모드부터 적재 모드까지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781ℓ를 확보했다. 2열 좌석을 눕히면 1588ℓ까지 늘어난다, 최대 3.5톤 견인력도 확보하며 여가 활용성을 높인 것도 장점이다. 스마트폰 디지털 키는 최대 7명까지 공유 가능하다. 카이엔 일렉트릭 국내 판매 가격은 1억4230만 원부터 시작된다. 최상위 카이엔 터보 일렉트릭은 1억8960만 원이다. 국내 출시는 내년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