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 시간) 현대차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현대차가 현 상황에서 지분을 되사오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재매입 옵션 행사의 핵심 전제인 ‘종전’과 그에 따른 ‘서방의 제재 해제’가 여전히 요원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년간 종전 협상을 강력히 추진해왔고, 최근에는 “평화 협정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며 막바지 조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당장 내년 1월로 다가온 현대차 옵션 만료 시한 내에 전쟁이 끝나고 제재 빗장까지 풀리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대차 측은 이에 대해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에 러시아는 포기하기 어려운 핵심 시장이었다. 지난해 1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단돈 1만 루블(약 14만 원)에 매각하면서 2년 내 재매입 권리를 확보한 배경이다. 전쟁 전 현대차와 기아는 러시아에서 연 40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점유율 23%로 시장 2위를 차지했다. 해당 공장은 연 20만 대를 생산하는 동유럽 거점으로, 2870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복귀 가능성을 남겨둘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자리를 비운 사이 러시아 시장의 판도는 중국 브랜드 위주로 완전히 재편됐다. 2021년 8%에 불과했던 중국차의 점유율은 2024년 60%를 넘어섰다. 체리, 하발, 지리 등 중국 브랜드들이 현대차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웠고, 현대차 공장을 인수한 AGR그룹은 현대차의 대표 모델이었던 ‘솔라리스’를 자체 브랜드로 생산하고 있다. 설령 현대차가 복귀한다고 해도 과거의 영향력을 되찾기는 사실상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이처럼 시장 구도가 근본적으로 바뀐 상황에서, 업계는 현대차의 재매입 포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실제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속속 러시아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일본 마쓰다가 10월 공장 재매입 권리를 포기했고,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애초에 재진입 옵션 없이 철수를 단행했다. 르노와 닛산 등이 2027∼2029년까지 유효한 옵션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실제 복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