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트럭 하이쎈 전면부. 타타대우모빌리티 제공최근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변화 중 하나는 중형트럭 시장의 체급 확대다. 과거 중형트럭 시장은 4~5톤급 적재중량 중심으로 형성됐다. 최근에는 보조축 확대와 고하중 운송 수요 증가에 따라 차량 총중량(GVW)이 20톤 이상까지 확대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차량 크기와 엔진 출력, 가격 역시 준대형트럭 수준까지 올라왔다.
제조사들 역시 자연스럽게 고출력·고하중 중심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더 강한 엔진과 적재 능력, 높은 출력 경쟁이 중형트럭 시장의 핵심 화두로 자리 잡았다. 중형트럭과 준대형트럭 사이 경계 역시 점점 흐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출시되는 일부 중형트럭 모델들은 과거 대형트럭 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수준의 출력과 차체 크기를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전체가 이런 흐름만 원했던 것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형트럭 시장 내 일반하중·비보조축 세그먼트는 전체 시장의 약 32%, 연간 약 2900대 규모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장은 도심 물류와 냉동·냉장 탑차, 환경차, 덤프, 압착진개차 등 작업형 특장 차량 수요가 집중된 영역이다.
문제는 시장 요구가 기존 중형트럭 시장 흐름과는 상당히 달랐다는 점이다. 실제 운송 현장에서는 초고하중 적재 능력보다 도심 기동성과 상하차 편의성, 특장 작업 효율성, 유지비 절감 같은 요소가 훨씬 중요하게 평가돼 왔다. 좁은 골목길과 복잡한 도심 상하차 환경에서는 지나치게 큰 차체가 오히려 운행 효율을 떨어뜨리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은 상향 평준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준중형트럭은 적재 성능과 확장성이 부족하고, 준대형 기반 중형트럭은 가격과 차체 부담이 커지면서 시장 내에서 ‘애매한 공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운송업계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큰 차량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불만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타타대우모빌리티가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하이쎈은 바로 이 시장의 빈틈을 겨냥한 전략형 모델이다. 타타대우모빌리티는 하이쎈을 준중형 수준의 기동성과 중형트럭급 실용 성능을 결합한 모델로 정의하고 있다. 특히 도심 운송과 특장 작업 환경에 최적화된 차량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타타대우모빌리티가 하이쎈의 핵심 콘셉트로 ‘필요한 만큼의 성능을 효율적으로 구현한다’를 내세운 배경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최대 출력과 최대 적재량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실제 중형트럭 고객들이 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운행 조건에 맞춘 효율성과 경제성을 구현하는 데 집중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전략은 차량 설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하이쎈은 기존 중형급 대비 최대 115mm 좁은 캡 폭과 최대 325mm 낮은 캡 높이를 적용했다. 단순히 차체를 축소한 것이 아니라 실제 운송 현장의 작업 환경을 고려한 설계라는 점이 특징이다. 좁은 골목길과 복잡한 상하차 동선, 높이 제한이 있는 현장 진입 등을 감안해 도심 기동성과 작업 접근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도심 물류 시장 흐름과도 맞물린다. 전자상거래 확대와 새벽배송·당일배송 시장 성장으로 물류 차량의 회전 효율과 도심 접근성이 중요해지면서 “무조건 큰 차량”보다 “실제 운용 효율이 높은 차량”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워트레인 역시 효율성 중심 전략이 반영됐다. 하이쎈에는 HD현대건설기계 DX05 엔진과 커민스 F4.5 엔진이 적용되며 최대 240마력, 최대토크 90kgf·m 수준의 성능을 발휘한다. 절대적인 출력 수치만 놓고 보면 초고출력 경쟁 모델들보다는 낮지만, 일반 중형 운송과 특장 작업 환경에서는 충분한 수준으로 인식되고 있다.
변속기 구성 역시 실사용 환경을 고려했다. 차량에는 ZF 8단 전자동변속기와 앨리슨 9단 전자동변속기가 적용된다. 반복적인 정차와 출발이 많은 도심 운행 환경에서 운전자 피로도를 줄이고 연비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구성이라는 분석이다.
특장 활용성 강화 역시 하이쎈 전략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차량은 총중량 15톤을 확보해 다양한 특장 차량 베이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신규 220mm 프레임과 TLS 서스펜션을 적용해 차체 강성과 승차감을 동시에 확보하면서도 차량 중량 부담은 줄였다.
이는 최근 특장업계 흐름과도 이어진다. 환경 규제 강화와 도시 작업 환경 변화로 압착진개차와 살수차, 냉동탑차, 고소작업차 등 다양한 특장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작업 안정성과 차체 활용성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형트럭 하이쎈 옆모습. 타타대우모빌리티 제공경제성 역시 하이쎈이 강조하는 핵심 경쟁력이다. 타타대우모빌리티는 하이쎈 가격을 경쟁 중형 모델 대비 약 20% 낮게 책정했으며 경량화 설계와 파워트레인 최적화를 통해 연비 역시 기존 경쟁 차종 대비 10% 이상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상용차 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상당히 중요한 포인트로 평가된다. 고금리와 고유가, 물류 경기 둔화가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에서 운송업계는 차량 구매 비용뿐 아니라 유지비 절감에도 매우 민감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 물류사업자와 개인 화물차주 입장에서는 초기 구매 비용과 연료비, 유지관리 비용까지 모두 고려해야 하는 만큼 경제성이 차량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이쎈이 이 같은 시장 분위기를 정확히 겨냥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신차 출시는 타타대우모빌리티의 전체 라인업 전략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기존 준중형트럭 ‘더쎈’과 중형·준대형급 ‘구쎈’ 사이에서 일반 하중 중심 중형 시장을 담당하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구쎈이 고하중·장거리 운송 중심 시장을 담당한다면 하이쎈은 도심 운송과 특장 중심 일반 중형 시장을 공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시장 세분화에 대응하기 위한 타타대우모빌리티 포트폴리오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하이쎈 출시가 최근 상용차 시장 변화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보고 있다. 과거에는 출력과 적재량 중심 경쟁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앞으로는 도심형 운송과 유지비 절감, 특장 활용성, 실제 운용 효율이 더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전동화와 친환경 규제 강화 흐름 역시 변수다. 상용차 시장 역시 전기·수소 기반 친환경 파워트레인 전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단순 출력 경쟁보다 운영 효율성과 유지비 경쟁력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타타대우모빌리티 관계자는 “하이쎈은 고사양 중심으로 커져 온 중형트럭 시장에서 실제 운행 조건에 맞는 효율성과 경제성을 고려해 개발한 모델”이라며 “도심 운송과 특장 수요에 최적화된 상품성을 바탕으로 일반 중형 시장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친환경 파워트레인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