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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역대급 실적에도… SK온, 적자 확대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3-02-08 00:01:00업데이트 2023-05-08 19:26:17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하면서 작년 4분기 주춤한 모습을 보였지만 연초부터 이어진 고유가 추세에 따라 석유사업이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윤활유사업도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돌파하면서 실적에 힘을 보탰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석유사업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장 동력으로 여겨지는 배터리사업은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영업손실이 1조 원에 육박했다. 전기차 판매 확대 추세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다른 배터리업체들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조 단위 영업이익을 챙겼는데 SK온은 오히려 적자 폭을 키웠다. 매출이 4조 원 넘게 증가할 때 영업손실은 3000억 원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심각하게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연간 기준 매출이 78조569억 원, 영업이익은 3조9989억 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7일 밝혔다. 매출이 전년 대비 66.6%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은 무려 126.5% 성장했다. 배터리사업과 달리 전체 실적은 수익성이 대폭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실적 호조는 주력사업인 석유사업이 이끌었다. 외형 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끌어올렸다. 작년 석유사업부문 매출은 52조5817억 원으로 77.7% 늘었다. 영업이익은 3조3911억 원으로 1조 원대에 머물렀던 2021년 대비 191.9%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작년 4분기 유가하락에 따른 재고손실 반영과 정제마진 축소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까지 이어진 고유가 여건과 정제마진 개선, 석유제품 수출물량 증가 등에 힘입어 연간 실적은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작년 석유제품은 국가 주요 수출품목에서 전년보다 3단계 뛴 2위에 올랐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석유제품 수출물량은 1억4000만 배럴로 전년 대비 37.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사업을 포함한 화학, 윤활유, 배터리, 배터리 소재 등 주요 사업의 수출 실적은 전체의 72%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다른 사업의 경우 화학사업이 매출 11조269억 원, 영업이익 1271억 원을 기록했다. 화학사업 역시 매출은 15.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1.3% 줄어 수익성이 악화된 수치를 보였다. 윤활유사업은 영업이익이 1조712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거뒀다. 다만 매출이 48.7% 성장하는 동안 영업이익 증가율은 11.5%에 그쳐 여전히 수익성 개선 여지가 남아있다는 평가다. 석유개발사업은 석유사업처럼 호황을 누렸다. 매출이 73.1% 증가한 1조5264억 원, 영업이익은 95.2% 늘어난 6415억 원이다.
배터리사업은 매출이 7조61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0.6% 증가했다. 해외 신규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가면서 제품 판매가 늘어나 매출 실적을 끌어올렸다. 매출은 2.5배 넘게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오히려 영업손실 규모를 2021년 6831억 원에서 작년 9912억 원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25조5986억 원, 영업이익 1조2137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SDI 배터리사업부는 매출 17조5663억 원, 영업이익 1조2538억 원을 거뒀다.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이다.

SK온이 ‘나홀로’ 적자 폭을 확대한 것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신규공장 생산량 확대에 따른 고정 원가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해외 신규공장이 ‘양날의 칼’이 된 셈이다.

소재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했다. 매출은 3438억 원에서 2351억 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 810억 원에서 작년 영업손실 480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전기차 인기 증가 특수를 누린 다른 배터리업체들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관련 사업이 전반적으로 크게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전망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경기침체 우려와 중국의 리오프닝 기대감 등이 혼재되면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이슈에 따른 구조적 공급부족 영향으로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사업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세부 시행규칙이 발표되면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최대 약 4조 원 규모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배터리 신규공장은 생산량 증대를 통해 매출액이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익성의 경우 협상력을 바탕으로 지속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올해도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전망이지만 안정적인 재무구조 아래 운영 최적화를 통해 수익을 지속 창출해 나갈 것”이라며 “친환경 에너지·소재 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청정에너지 생산과 순환경제 중심 친환경 포트폴리오 개발과 관련 투자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은 중기배당정책을 준수하는 배당 성향 30% 수준의 2022년 기말배당 시행을 결정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과 2023년 대규모 투자 지출 등을 고려해 자기주식을 활용한 현물배당을 진행하기로 했다. 배당에 대한 최종 결정은 주주총회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