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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도요타 “車값 인상억제”… 美시장 점유율 지킨 ‘버티기 전략’

이원주 기자
입력 2025-07-07 03:00:00업데이트 2025-07-07 03:07:18
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위쪽), 도요타 RAV4.현대차 투싼 하이브리드(위쪽), 도요타 RAV4.
“억누르고 버텨라.”

미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과 일본의 대표 완성차회사 현대자동차그룹과 도요타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 정책에도 미국 시장에서 최대한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버티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운 것이다.

● 역대 최고 상반기… ‘실탄’ 쌓았다

앞서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가 4월부터 고관세를 부과한 만큼 재고 물량이 소진되면 현대차나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내 판매가격을 속속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대차는 한동안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가격 인상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와 북미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 중인 상황에서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 점유율이 떨어지면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1일(현지 시간) 랜디 파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 최고경영자(CEO)도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급격한 가격 상승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파커 CEO는 “녹록지 않은 하반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가격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요타 역시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누르는 모습이다. 이달 1일부터 미국 내에서 차량 가격을 평균 도요타 270달러(약 36만8000원), 렉서스 208달러(약 28만3000원)씩 올렸지만 인상률은 평균 0.7% 수준으로 다른 일본 차에 비하면 낮았다. 미쓰비시는 지난달 중순 평균 가격을 2.1% 높였다. 최소 500달러(약 68만1000원) 이상 가격이 높아진 셈이다. 스바루 역시 가격을 최대 2055달러(약 278만 원)까지 높였다.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도요타가 가격 인상 억제 전략을 택할 수 있는 이유로 높은 영업이익률을 꼽는다. 도요타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기준 10.0%, 현대차는 8.1%다.

버틸 수 있는 체력도 쌓았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는 미국에서 89만3152대를 팔아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한 해 전 같은 기간 대비 8.9% 늘어난 수치다. 차량 가격 인상을 우려한 미국인들이 ‘패닉 바잉’에 나선 결과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 처음으로 11%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도 상반기 작년 대비 4.2% 늘어난 123만6738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 하이브리드 주력… 시장도 읽었다

두 회사의 전략적 주력 모델이 하이브리드 차종이라는 점도 미국 시장에서 생존 동력이 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겪는 상황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하이브리드 차량 선호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상반기 미국 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13만6180대다. 한 해 전 대비 45.3% 판매가 늘었다. 도요타도 전년 대비 34.2% 늘어난 60만9613대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차 측은 “전기차의 제한된 주행거리와 불편한 충전 때문에 미국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고 있다”며 “그간 축적한 기술력이 있어 안정적인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이들의 가격 억제 정책이 오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CNN은 애덤 조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자동차업계 애널리스트의 발언을 인용해 “회사들이 2026년형 신모델을 발표할 때 그동안의 손해를 신차 가격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