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넥쏘’의 1위 굳히기냐, 도요타 ‘미라이’의 추격이냐.”
글로벌 수소차 패권을 두고 현대차와 도요타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인다.
아직까지는 현대차 넥쏘가 수소차 강자로 평가받고 있지만 도요타가 ‘신형 미라이’를 앞세워 글로벌 선두 탈환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수소차 관련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내연기관차에서 명성을 쌓아온 도요타에 글로벌 선두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넥쏘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6781대가 팔렸다. 세계 시장 점유율 75%를 차지하며 수소차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들어 사정이 달라졌다. 1위 자리가 위태롭다.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세계 수소연료전지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한 건 도요타 미라이였다. 1분기 미라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약 2000대가 팔렸다. 넥쏘는 약 1800대 팔렸다. 자료 집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현대차와 도요타가 수소차 시장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된 것만은 분명하다.
2014년 세계 첫 양산형 수소차 미라이를 내놓은 도요타는 지난해 말 6년 만에 풀체인지 신형 2세대 미라이를 앞세워 미국과 유럽을 공략하고 있다. 미라이 2세대는 1세대보다 주행거리가 약 30% 늘어나 약 850km를 달릴 수 있다. 탑재할 수 있는 수소 용량도 20% 늘었고 연료소비 효율도 개선됐다. 넥쏘의 주행거리는 약 610km다.
미라이 2세대는 외관이 도요타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도 일본 시판가를 기존 모델보다 300만 원가량 낮춘 74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유럽에서는 ‘글로벌 판매량 10배 확대’를 목표로 20% 정도 할인된 약 8700만 원 수준으로 내놓았다. 현대차 넥쏘는 국내가 7200만∼7500만 원, 유럽 판매가 9000만∼1억 원 수준이다. 다분히 현대차를 의식한 도요타의 가격 전략이다.
도요타는 자국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에 기대가 크다. 일본 정부는 ‘도쿄 올림픽의 수소사회 쇼케이스화’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수소 올림픽으로 치르겠다는 구상이다. 도요타는 이를 적극 활용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이 올림픽을 계기로 자국의 수소 인프라를 전 세계에 자랑하려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건이 달라졌지만 수소 강화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2018년 넥쏘를 공개한 현대차는 2023년 후속 모델 양산을 목표로 여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 9월 국내에서 열리는 수소 행사 ‘수소모빌리티+쇼’에서 미래 수소차의 경쟁력을 보여줄 ‘쇼 카’(Show Car·미래 방향성을 담은 일종의 콘셉트카)를 선보일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수소차 전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수소 관련 인프라 확충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한국은 수소차 등록 대수가 지난해 말 기준 1만845대로 보급률 세계 1위이지만 수소차 충전소는 72기로 일본(137기)보다 적다. 인구가 가장 밀집한 서울이 4기에 불과할 정도로 보급이 더디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충전소 하나를 설치하는 데 지자체 규제가 너무 까다롭다. 정부 차원에서 지자체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충전소 보급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