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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성SDI도 韓美배터리 동맹 합류… 3조원대 美공장 건설 추진

곽도영 기자 , 서동일 기자
입력 2021-07-07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3:12:32
삼성SDI와 손잡은 스텔란티스의 대표 모델 ‘2021 지프 체로키’. 스텔란티스 제공삼성SDI와 손잡은 스텔란티스의 대표 모델 ‘2021 지프 체로키’. 스텔란티스 제공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3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미국 내 합작사 설립을 위해 양자 협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미국 1위), SK이노베이션과 포드(2위)가 손잡은 데 이어 세 번째 한국 배터리사와 미국 완성차 기업의 ‘동맹’이 임박한 것이다.

○ 삼성 미국 배터리 공장 초읽기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와 스텔란티스 고위 임원들은 지난달 중순 스텔란티스 본사가 있는 오번힐스에서 회담을 갖는 등 양자 협상을 통해 세부 내용을 조율 중이다. 3조 원대에 이를 합작 공장의 세부 위치는 확정되지 않았다.

배터리 업계 고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도 스텔란티스 수주전에 뛰어들었지만 다양한 조건을 고려해 빠지고 삼성SDI와만 협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텔란티스는 글로벌 4위이자 미국 3위 완성차 기업으로 올해 1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푸조, 시트로엥, 피아트, 크라이슬러, 지프, 마세라티 등의 브랜드를 두고 있으며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9% 수준이다.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합작사 설립에 최종 합의하면 미국에 약 30GWh 규모의 공장 설립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30GWh는 전기자동차 한 대당 배터리 수요를 70KWh로 가정했을 때 약 43만 대에 납품할 수 있는 물량이다.

그간 배터리 업계에서는 삼성SDI를 스텔란티스의 유력한 파트너로 봐 왔다. 스텔란티스는 폭스바겐그룹, BMW에 이은 삼성SDI의 세 번째 고객사다. 삼성은 미국 현지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확대하고 있어 현지 공장 설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전기차 전환이 상대적으로 늦었던 스텔란티스는 2025년부터 신차를 모두 전기차로 내놓겠다고 선언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 상태다. 스텔란티스는 8일(현지 시간) 미국 현지에서 ‘스텔란티스 전기차(EV) 데이’를 열고 구체적인 전기차 로드맵과 배터리 수급 전략을 밝힐 예정이다.

합작사 설립과 관련해 삼성SDI 측은 “미국 진출을 검토 중이나 진출 형태, 투자 규모, 시점 등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 한미 배터리 동맹 가속화

삼성의 합작사 설립이 확정되면 LG와 SK에 이어 삼성SDI까지 K배터리 3사가 미국 3대 완성차와 배터리 동맹을 맺게 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2019년 12월 GM과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서 각각 35GWh 규모의 합작 공장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5월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포드와의 합작사 설립, 60GWh 규모의 합작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배터리 3사가 모두 미국 현지 투자에 나선 데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래 지속돼 온 배터리 공급망 지원 요구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미국 완성차 기업들은 지난해 전기차 26만 대 판매로 중국(96만 대)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지만 자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는 전무하다. 파나소닉과 LG, SK 등 해외 업체의 미국 내 생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앞두고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확보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했고, 한국 기업과의 합작사 설립 등이 대안으로 꼽혀 왔다.

재계 관계자는 “LG와 SK가 바이든 정부의 배터리 공급망 전략에 적극 뛰어든 상황에서 삼성도 미국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으로 급부상한 중국 CATL의 위협도 한미 배터리 동맹을 가속화하는 요소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미시간주 포드 전기차 공장을 찾아 “우리는 중국이 전기차 경주에서 이기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전환 정책에 따라 미국 전기차 판매는 향후에도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2025년 20%에서 2040년 75%로 늘 것으로 전망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