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를 자부하는 쌍용자동차의 족보에는 SUV만 있는 게 아니다. 아웃도어의 상징 격인 픽업트럭도 오롯이 새겨져 있다. 쌍용차는 한국에 픽업트럭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20년 전부터 무쏘 스포츠, 액티언 스포츠, 코란도 스포츠 등을 내놓으며 국내 픽업 시장을 이끌어 왔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쌍용차가 올해 야심 차게 내놓은 모델은 정통 픽업을 자처하는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사진)이다. “고 터프(Go tough)를 디자인 콘셉트로 강인한 이미지를 갖췄다”는 쌍용차의 설명에 맞게 매끈한 세단, SUV와 달리 울퉁불퉁한 근육을 드러낸 남성적 분위기를 뽐낸다.
시승을 위해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을 마주하며 든 느낌은 ‘크고 우람하다’였다. 전장(차 길이)이 5404mm로 긴 것도 이유이지만 픽업트럭답게 차 뒤에 달린 짐칸이 차를 더 크게 보이게 했다. 높고 길고 넓은 차체에 어디에 세워져 있어도 한눈에 들어올 만큼 큰 덩치가 눈에 띈다. 아마조니아 그린이라는 명칭의 외관 색상은 군복 색깔과 엇비슷하다. 강인한 느낌의 픽업트럭과 잘 어울렸다.
전고가 1865mm로 높아 웬만한 성인도 사이드스텝을 밟고 운전석에 올라야 한다. 내부 버튼이나 기어봉, 내비게이션 디스플레이 등은 오래된 디자인 스타일로 수입차나 국내 대기업 신형차와 비교하기는 무리이지만 운전에 크게 지장을 주는 요인은 아니다.
운전석과 좌석에 앉으면 시야가 시원하게 탁 트이지만 세단 같은 편안한 승차감을 기대할 차는 아니다. 예민한 사람이거나 어린이, 노약자 탑승자라면 다른 차에 탔을 때보다 쉽게 멀미를 할 수도 있다. 파워 모드로 전환하면 가속페달을 밟는 즉시 ‘붕’ 하며 치고 나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계곡, 비포장도로 같은 곳에서 더욱 운전하는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다.
대도시에서 일상적인 승용차로 쓰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아웃도어 레저를 즐기는 사람에겐 국산차 중에서 최적의 차가 될 수 있다. 연비 L당 10.4km, 가격은 2439만 원부터다.
이상훈 기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