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 선적부두 인근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좀처럼 풀리지 않으면서 자동차 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올해 2분기를 정점으로 수급 불안이 해소된다는 분석과 달리 여전히 물량 부족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차량용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내년은 돼야 정상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국내 생산재고는 바닥 수준이다. 미국 재고 역시 평상시(60일)의 절반을 밑돌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통계 사이트 마크라인즈(MARKLINES)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 재고일수는 승용차 부문 26.3일, 경트럭(Light Truck) 27.1일로 적정 재고일수(60~90일)에 못 미쳤다.
이러다 보니 기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는 현지에서 권장소비자가격(MSRP)보다 5000달러 이상 웃돈이 붙어 팔리기도 했다. 중고차 가격도 신차 가격을 웃돌았다.
국내에서는 기아 쏘렌토와 현대차 투싼 등은 주문 후 6개월이 지나야 받아볼 수 있다. K8과 카니발도 4개월가량 소요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온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판매에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팔고 싶어도 물량이 없다.
국내외 공장의 근무 단축과 셧다운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아산공장과 울산공장, 미국 앨라배마 공장, 브라질 공장 등이 문을 닫거나 근무 시간을 조정했다. 기아 역시 광명과 미국 조지아 공장 등에서 생산을 조정한 바 있다.
AFS(Auto Forecast Solutions)에 따르면 반도체 수급 차질로 인한 글로벌 생산 차질 규모는 623만대로 예상된다. 올해 수요 8728만6000대의 7.1%에 달하는 수준이다.
문제는 반도체 대란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2분기를 정점으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실과는 괴리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도 차량 생산 라인을 지속해서 돌리고 있지만 생산 물량은 줄였다. 협력사와 백방으로 반도체를 구하는 중이다.
업계에서는 언제든 다시 공장이 셧다운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상황이 나아졌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지만, 부족한 상황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일본 르네사스 공장 화재로 인한 생산 능력은 복구됐으나 품질 확보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파운드리 기업이 공장을 추가 증설하더라도 검증·양산까지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늘어난 수요를 맞추기에 반도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공급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수요에는 못 미친다고 봤다. 특히 완전한 정상화는 내년은 돼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은 하반기부터 점차 개선될 전망”이라면서도 “정상화는 2022년이 돼야 가능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도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며 “정상 생산 수준 회복이 아닌 지연된 생산량만큼 추가 공급되어야 자동차 산업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