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일본 출장에 나섰다. 미국 방문은 올해에만 3번째다. 급속히 변화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16일 업계와 체육계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서 전용기로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올해 4월과 6월 각각 미국 서부, 동부 시장에서 완성차 판매 상황과 로봇, 자율주행 사업을 점검한데 이어 세 번째다. 현지에서 일주일가량 머물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이번 방미에서 연구개발(R&D) 임직원과 만나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구체화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자율주행과 관련해 수조 원대의 투자를 결정하고,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 미국 정재계와의 접촉을 늘리는 등 ‘광폭 행보’를 보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적 교류가 단절되며 R&D를 구체화하려던 계획은 주춤한 상태였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 궤도에 오르면서 미래 모빌리티 R&D와 관련한 임직원의 미국 출장을 조금씩 재개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졌기 때문이다. 해외 경쟁사들이 미국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등의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고, 미국 정부도 관련 분야의 고용과 투자를 적극 유도하고 있다. 5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표한 미국 내 전기차 생산 등 74억 달러 상당의 투자계획도 구체화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정 회장은 23일 일본에서 개막하는 2020 도쿄 올림픽도 방문한다. 대한양궁협회 회장 자격으로 24일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리는 양궁 혼성 단체전에서 대표팀을 격려한다. 이날 경기는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 기대되는 자리로 꼽힌다. 도요타자동차, 에네오스(ENEOS) 등 일본 자동차 및 에너지 업계가 올림픽 시설을 중심으로 수소, 자율주행 기술력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정 회장이 일본에서 경쟁사들의 기술들을 직접 확인할지도 주목된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