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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2분기 영업이익률 8.1% 깜짝실적… 글로벌車와 어깨 나란히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8-31 03:00:00업데이트 2023-05-09 12:56:40
기아의 미국 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 기아 제공기아의 미국 전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 기아 제공
기아가 올해 2분기(4∼6월) 8.1%의 영업이익률을 거뒀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비교해 봐도 도요타(10.8%), 폭스바겐그룹(9.1%)의 뒤를 잇고 GM(5.7%)과 스바루(4.6%)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치열한 세계적 경쟁으로 영업이익률 5%만 넘어도 선방했다는 말이 나오는 자동차 업계에서 분기 실적이긴 하지만 8%대의 영업이익률을 거둔 건 글로벌 상위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 중 영업이익률이 8%를 안정적으로 넘는 곳은 도요타 정도가 꼽힌다. GM과 폭스바겐그룹도 영업이익률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8%대를 오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고임금, 저가 차종 위주의 제품군 구성 등으로 해외 경쟁사보다 낮은 영업이익률에 시달려 왔던 걸 감안하면 올해 1분기 6.5%에 이은 기아의 수익성 개선은 눈에 띈다.

30일 본보가 글로벌 주요 자동차 업계의 2분기 실적 중 자동차 사업 부문을 분석한 결과 기아는 전 세계에서 18조3394억 원의 매출을 냈고 1조4871억 원을 남겼다. 현대차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3%였다. 초기 투자비용이 크고 수익성이 낮은 수소전기차와 상용차 사업의 영향이 컸다.

기아는 2015년 이후 연간 영업이익률이 5%를 넘은 적이 없었다. 2017년에는 1.2%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3분기에 3.5%로 반등했고 4분기 7.6%, 올 1분기 6.5% 등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아졌다.

기아의 영업이익률이 상승한 건 무엇보다 돈이 되는 레저용차량(RV)이 잘 팔리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에선 RV가 세단보다 값이 비싸고 마진이 높다. 기아는 전통적으로 스포티지, 쏘렌토, 카니발 등 RV가 세단보다 명성이 높다. 미국에서 생산 판매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도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SUV의 인기와 맞물려 기아 차량은 인기가 높아졌다. 기아는 연간 판매 차량 중 지난해 56%였던 RV 비중을 2025년 6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1월 도입한 새 기업 이미지(CI·로고)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지난해 출시한 쏘렌토, 카니발 신형 모델의 인기가 올해에도 이어지며 신차 효과가 계속된 것도 한몫했다. 기아 내부적으로는 영업망에 부여하는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을 지난해보다 40%가량 낮춰도 될 정도로 판매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기아의 영업이익률이 상승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 내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6월 말 서울 강남권의 한 기아 판매점을 방문해 기아가 6월 출시한 대형 세단 ‘더 뉴 K9’을 구매했다. 이전에도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전략 차종을 직접 산 적은 있지만 기아의 취약 부문으로 꼽혔던 대형 세단을 선택하면서 기아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업이익률 상승으로 기아 내부에선 중장기 목표를 앞당겨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올 초 설명회에서 “지난해 세웠던 2022년 5%, 2025년 6% 영업이익률 목표를 각각 6.7%, 7.9%로 높인다”고 강조했다. 하반기(7∼12월)에 돌발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2022년 목표를 올해 조기 달성하는 건 큰 무리가 없다는 예상이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