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사상 최초로 100% 온라인 판매를 도입한 경형 SUV ‘캐스퍼’가 흥행에 성공한 가운데 판매노조의 반대로 막혀있던 온라인 판매의 둑이 터질 지 관심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통해 위탁생산하고 있는 캐스퍼에 대해 100%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사전계약 첫날인 지난 14일 오전에는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첫날 예약 1만8940대를 기록하며 내연기관차 최고 기록을 다시 썼다.
현대차는 미국·영국·호주·인도 등 해외 주요국에서 플랫폼 ‘클릭 투 바이’를 통해 온라인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판매노조의 반발로 온라인 판매에 제약을 받고 있다.
현대차·기아 단체협약에는 ‘차량 판매방식은 노조와 협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판매노조는 영업점 판매 감소 가능성을 우려해 온라인 판매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아의 경우 지난 3월31일부터 홈페이지와 판매대리점에서 첫 전용 전기차 EV6의 사전예약을 실시했다. 기아 판매노조 역시 “사측이 단협을 일방적으로 위반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대차가 캐스퍼를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었던 것은 캐스퍼가 GGM을 통해 위탁 생산돼 현대차 단협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온라인 판매 강화는 세계적 트렌드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고, 신뢰성이 중요한 가치로 평가받는 자동차의 특성상 과거에는 딜러를 통한 거래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 확산, 증강 현실 등 기술혁신에 따른 온라인 판매채널 편의성 증대, 비용 효율성 등이 자동차 온라인 판매 확산의 동력이 되고 있다.
테슬라는 차량 판매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며 영토를 넓혔다. BMW 역시 온라인 판매채널을 통해 한정판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 폭스바겐 역시 온라인으로 견적을 내거나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캐스퍼의 흥행으로 비대면 판매의 잠재력이 확인됐다”며 “소비자들이 비대면판매를 선호하는 만큼 어떤식으로든 온라인 판매가 늘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 판매가 거스를 수 없는 물결이라면 판매노조 역시 회사의 경쟁력을 잃지 않으며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결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